롯데호텔 서울 외경. /롯데호텔 제공

“선불 금액권을 주말에 쓰려고 했는데 자리가 꽉 찼다고 해서 못 쓰고 있어요” (40대 주부 최모 씨)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남편의 일정에 맞춰 주말에 롯데호텔의 뷔페 금액권을 사용하려 했던 최 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금액권을 쓰려 해도 예약 가능한 주말 저녁 시간대가 없어 기간 내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금액권이나 상품권을 갖고 있어도 원하는 일정에 이용할 수 없는데, 호텔 측이 뷔페 수용 인원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뷔페 라세느가 발행한 금액권이나 상품권을 가진 고객들 가운데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서울 중구 소공점과 송파구 잠실점 두 곳에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를 운영하며,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선불 금액권과 상품권을 판매한다.

금액권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롯데온, 11번가, 옥션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상품권은 호텔이 직접 판매한다. 가격은 주말 기준 소공점은 15만원, 잠실점은 13만원이다.

문제는 원하는 시간에 상품권을 이용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주말부부나 지방 거주자 등은 주말에나 이용할 수 있는데, 두 점포 모두 다음 달 평일 뿐만 아니라 금,토,일 저녁 시간대는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다.

12월 예약은 11월1일부터 할 수 있어 아직 예약을 받지 않고 있지만 연말이라 예약 전쟁이 불가피 할 것이란 예상이다.

유효기간이 최대 5년인 카카오톡 선물하기 금액권과 달리, 롯데호텔에서 발행하는 지류(종이) 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이 1년으로 설정돼 있고, 일부 이커머스 금액권은 2~3달 내 사용을 완료해야 한다. 기간 안에 쓰지 못할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내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잠실점이 리뉴얼(재단장) 공사로 임시 휴무에 들어가면서 금액권·상품권을 사용하려는 이들의 예약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선 호텔 측이 수용인원을 파악하지 않고 판매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된 뷔페 수용 인원을 고려해 상품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 발매해 고금리 시대에 부채를 없애고 이자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매출을 올리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롯데호텔은 금액권과 상품권 매출을 선수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의 선수금은 115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76억원)보다 281억원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선수금으로 기록되면 기업으로서는 이자 없이 돈을 확보할 수 있다. 당장은 선수금이 부채로 기록되지만, 고객이 금액권이나 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하면 유효기간 이후 매출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 무이자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선불로 지불된 상품권이나 금액권을 고객이 이용하지 않고 유효기간이 지날 시 그 금액까지 고스란히 기업 매출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고객들의 편의성이나 권익 보호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유효기간 전에 금액권을 사용하지 못하면 환불해주는데 뷔페 이용권도 유효기간이 지나면 환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카카오 측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환불 수수료에 대한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한 바 있다.

카카오 측은 유효기간이 지난 선물 금액의 90%만 환불해 주던 정책을 타 상품 구매 시 기존 금액의 100%를 쓸 수 있는 방안과 유상 금액 90%+무상 포인트 10% 제공 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물하기와 같은 모바일 금액권의 유효기간은 최대 5년 사용이 가능한 데 반해, 호텔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권과 이커머스 뷔페 이용권의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호텔 측은 유효기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모르는 고객이 많은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호텔이 뷔페 가격을 여러 차례 올리면서 선불 금액권을 구매해도 차액을 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소공동 라세느는 올해 초 주말과 평일 디너 가격을 12만9000원에서 15만원으로 16.3% 인상했고, 평일 런치 가격을 10만5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28.6% 올린 바 있다. 잠실 라세느 역시 올해 초 뷔페 가격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가격 인상 시점 전에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선물 받은 사람은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롯데호텔 측은 연말 고객들이 많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뷔페 수용 인원이 일부 축소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뷔페 수용 인원을 20~30% 감축했으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소공동 라세느와 잠실 라세느는 저녁 시간대 기준 270석 내외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지류(종이) 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도 차액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