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을 연 코스트코 고척점. /이신혜 기자

“새벽 5시 40분부터 나와서 기다렸어요. 환율이 비싼 데 양주 종류가 싸다고 해서 사러 왔습니다.” (66세 주부 민선옥 씨)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고척점이 문을 연 20일.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긴 줄이 300m가량 늘어섰다. 이 곳은 코스트코가 양평(1994년), 양재(2000년), 상봉(2001년)에 이어 서울에서 21년 만에 내는 매장이다. 서울 4번째 매장이자 전국 규모로는 18번째 매장이다.

‘고척 HDC아이파크몰 더그로우(The Grow)’로 이름붙여진 주상복합단지에 입점한 코스트코의 영업면적은 약 6300평(2만1000㎡) 규모로 지하 1층과 2층을 사용한다.

첫 번째 손님으로 입장을 기다리던 민선옥(66)씨는 “두 달 전에 8만원짜리 회원권을 등록했다”며 “외국 상품들을 싸게 판다고 해서 왔는데 저렴한 수입 상품이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개장을 기념해 글렌피딕·발베니 등 구하기 힘든 고급 위스키를 매장에 배치하고, 구매자들에게 포켓몬빵을 증정하는 등 행사를 펼쳤다.

코스트코 회원권 등록을 위해 줄 선 고객들. /이신혜 기자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코스트코 유료 멤버십 회원권을 등록하기 위한 사람들이 다시 한번 줄을 섰다. 코스트코는 유료멤버십제를 운영해 연회비를 받는다. 3만8500원짜리 골드스타 회원(일반 개인), 3만3000원짜리 비즈니스 회원(법인 및 사업자), 8만원짜리 이그제큐티브 회원(프리미엄) 중 하나의 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이날 회원권을 등록하러 왔다는 자영업자 김모(36)씨는 “동네에 중소형 마트가 여럿 있지만 구일역 롯데마트는 폐업했고, 인근 킴스클럽은 망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코스트코는 대량 구매가 가능해서 좋고, 쿠키 반죽이 싸서 재료를 더 넣어 판매하는 주변 자영업자도 있다”고 말했다.

지하 2층에는 식품과 의류 등 대용량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들이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저렴한 치킨을 의식한 듯 회원권 카드 한 장당 하나를 살 수 있는 6000원대 로티세리 치킨을 한정 수량 판매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코스트코의 대표적인 자체 제작(PB)상품인 커클랜드 생수 500ml 기준 40개 제품 묶음 역시 6000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코스트코에서 6000원대에 판매 중인 PB(자체제작) 제품 '커클랜드 생수' /이신혜 기자

커클랜드 생수 가격을 보던 주부 조모(53) 씨는 “유료 회원권 카드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게 좀 아쉽지만, 돈을 들인 만큼 코스트코에서만 파는 저렴한 물건들이 많아 온 김에 사려한다”며 생수 묶음 2개를 카트에 담았다.

코스트코 매장 안쪽 델리 코너에서는 2만원대 노르웨이산 연어부터 우럭매운탕, 1만원대 양념게장·명태조림 등과 함께 킹크랩, 초밥 세트, 미국산 양갈비 등 대용량 상품들이 배치돼있었다.

델리코너에서 새우 샐러드를 구매한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내년부터 유료멤버십을 도입해 차등 할인을 한다고 하길래 앞으로는 코스트코만 이용하려 한다”며 “트레이더스는 국내 업체 중심 대용량 상품을 판매하지만, 해외 직수입 상품은 여기가 훨씬 많고 제품 품질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고척점 델리코너에서 물건을 보고 있는 고객들. /이신혜 기자

이마트(139480)가 운영하는 국내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는 내년 1월 1일 자로 유료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트레이더스는 기존 고객은 유지하면서 적립 혜택을 더한 ‘트레이더스 클럽’을 출시해 스탠다드 회원은 연회비 3만원, 프리미엄 회원은 연회비 7만원에 가입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형 창고형 할인점을 표방한 트레이더스는 올해 개장한 경기 동탄점을 포함해 2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마트 맥스는 유료 멤버십제를 시행하지 않고 기존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 맥스는 전북 송천·광주 상무·전남 목포·경남 창원중앙점 등 4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연내 서울 금천·영등포점을 맥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보틀벙커(와인 특화 매장)같은 맥스에만 볼 수 있는 특화 매장을 도입해 고객들의 발길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의 경우 기존 대형 마트가 취급하는 상품 수(3만~4만개)보다 현저히 낮은 상품 수(3000~4000개)를 취급하기 때문에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며 “커클랜드 같은 PB 브랜드가 있고, 수입 상품의 품질이 보장되면서 원가 절감이 가능한 코스트코와 대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유통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산대 앞에서 대기 중인 고객들 모습. /이신혜 기자

코스트코코리아는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매출 5조3522억원으로 한국에서 사상 첫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1775억원, 당기순이익은 1347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 상황에서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고객들이 많아지며 대형 유통업체들의 창고형 할인점 확장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코스트코를 방문한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20대 직장인 한모 씨는 “코스트코가 집 근처에 열었다고 해서 연차인 김에 나와봤는데 1인 가구가 사기에는 용량이 너무 크고, 보관함도 30개밖에 되지 않아 장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규모 매장임에도 계산대가 20개씩밖에 없어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근 아파트 거주자라는 60대 주부 이모 씨는 “계산대 대기가 너무 길어 다음에는 안 올 것 같다”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코스트코는 서울 고척점을 시작으로 신규 점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코스트코 본사 관계자는 “서울은 인구 대비 코스트코 매장이 많이 없어 개점을 늘리고 싶어도 땅이 너무 비싸 고척점도 임차 계약을 맺은 상태”라며 “향후 익산, 광주, 제주와 같은 지역에도 입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