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GS리테일(007070)이 1년 넘게 준비했던 통합 모바일 플랫폼 마켓포(Market For)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포는 애플리케이션(앱) 및 고객 이메일을 통해 ‘해당 서비스가 10월 24일부터 GS프레시몰 앱으로 통합된다’고 공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마켓포의 모든 서비스가 GS프레시몰로 통합된다”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구색과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며, 이를 통해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마켓포는 지난해 3월 GS홈쇼핑과의 합병을 앞둔 GS리테일이 출범한 플랫폼으로, GS리테일과 GS홈쇼핑 및 협력사 온라인 판매처 등을 모아놓은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다.
작년 정기 주주주총회에서 허연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흡수합병을 통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겠다”고 강조한 후 선보인 것으로, ‘GS’라는 사명 대신 마켓포라는 새 브랜드를 내세웠다.
당시 사측은 2020년 기준 2조8000억원 규모였던 모바일 커머스 취급액을 7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2025년까지 거래액을 25조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마켓포는 작년 7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줄곧 시범 운영만 해왔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계열사 간의 교통정리가 순탄치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그룹 통합 온라인 몰로 출범한 신세계(004170)그룹의 SSG닷컴(쓱닷컴), 롯데쇼핑(023530)의 롯데온도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통합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후발주자로서 경쟁사 대비 차별화 요소가 부족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신세계와 롯데가 자사의 마트와 백화점 콘텐츠를 활용해 기존의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약점으로 지적된 신선식품, 뷰티, 럭셔리, 패션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데 반해,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을 기반으로 한 GS리테일은 뚜렷한 강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은 배달앱 요기요, 반려동물 전문몰 펫프렌즈, 푸드 스타트업 쿠캣 등을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업계에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일 뿐 당장의 시너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과 가성비만 존재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켓포는 둘 다 부족했다”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많은 사업을 영위했지만,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쿠팡이 로켓배송, 컬리가 새벽 배송으로 시장에 각인시켰듯 이커머스에서 성공하려면 확실한 강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까지 매년 20%대의 성장률을 보이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성장률은 2020년 15%, 지난해 19%를 기록했다. 올해는 12%, 내년엔 9%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출범 이래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쿠팡마저 수익성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한 상황. 앞서 다양한 M&A과 투자를 단행한 GS리테일 입장에선 투자를 지속하는 게 부담스러울 거란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GS리테일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81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11%가 증가했다. GS홈쇼핑 합병 효과를 제거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전사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이커머스 사업이 포함된 기타 부문이 670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결국 GS리테일은 하나의 통합 몰을 만드는 대신 3개의 앱으로 분산하는 것으로 디지털 전략을 선회했다.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본업 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골자다.
온라인 장보기는 ‘GS프레시몰’, 홈쇼핑은 ‘GS샵’이 담당한다. 편의점과 슈퍼, 퀵커머스(즉시배송)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 등 오프라인 점포 기반 서비스는 이달 출범하는 ‘우리동네GS’로 통합한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새벽배송 중단 및 할인쿠폰 축소 등을 통해 적자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사 수익성의 부담으로 작용하던 프레시몰을 수익성 중심의 전략으로 빠르게 수정한 것이 긍정적”이라며 “오는 11월 랄라블라의 철수 등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하반기 이익 개선 폭은 약 100억원으로, 유의미한 실적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