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

“2009년 비트코인처럼 지금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도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벨리곰을 사랑하는 팬들이 초기 투자자가 되는 셈이죠.”

2018년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가 만든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은 120만명의 팬덤을 갖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핑크색 곰인 벨리곰은 지난 4월 벚꽃 시즌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15m 초대형으로 전시되며 2주 만에 200만명의 방문객을 모았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벨리곰 캐릭터를 멤버십 형태의 NFT로 만들자 지난달 17~18일 이틀간 9500개의 NFT가 1초 만에 완판됐다. 지난주 기준 재판매 거래액도 8억원에 달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3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본사에서 벨리곰NFT를 기획하고 총괄한 진호 롯데홈쇼핑 상무(디지털사업부문장)를 만났다.

사무실 안에 피드백을 빼곡히 적은 포스트잇과 향후 전략 및 계획이 빈틈없이 적힌 화이트보드, ‘웹 3.0′이나 ‘메타버스’ 키워드를 가진 책들 앞에 앉아있던 진 상무는 “계속해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NFT에 투자해보기도 하고 익명 메신저인 ‘디스코드’로 소통하며 MZ세대 방식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벨리곰 멤버십 NFT

◇거품 빠진 NFT 시장, ‘더 큰 바보 이론’ 안 통해…실질적 가치 있어야

진 상무는 올해 초 가상자산 시장을 “과대평가 됐던 시기”라고 말했다. 양적 완화로 돈이 풀리며 가상자산을 사는 사람과 거래량도 많아져 일종의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그는 빌 게이츠가 말한 ‘더 큰 바보 이론’을 언급하며, “뭔지 모르지만 다음 사람이 더 큰 금액으로 살 거라는 단순한 시세 차익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은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 상무는 최대 NFT 마켓인 오픈씨(Opensea)의 거래량이 올해초 10이었다면, 현재는 1수준이라고 말했다.

NFT 거래 단위인 ‘클레이튼(Klaytn)’의 가치도 떨어졌지만, 벨리곰NFT는 출시 당일 거래 금액 국내 1위, 글로벌 1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다른 NFT와 차별화가 됐다는 것이다.

벨리곰 NFT의 가장 큰 특징은 가상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된 1만개의 NFT는 각각 다른 모습의 벨리곰으로 형성될 뿐만 아니라 롯데 계열사의 혜택도 무작위로 받을 수 있다.

롯데호텔의 최상위 호텔 격인 시그니엘 호텔 패키지, 롯데월드 패키지, 롯데시네마 패키지 등이 준비됐다.

벨리곰 멤버십 NFT. /롯데홈쇼핑 제공

◇팬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세상…121개 NFT 산 고객도 있어

진 상무에게 벨리곰NFT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벨리곰을 아기상어를 뛰어넘을 글로벌 캐릭터로 만들도록 캐릭터사업팀이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2009년 비트코인처럼 벨리곰NFT의 가치도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벨리곰NFT 판매 기간 한 명이 최대 121개의 NFT를 구매하며 3000만원 이상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팬덤을 형성한 벨리곰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벨리곰을 사랑하고 가치를 믿는 투자자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진 상무는 “익명인 디스코드를 통한 피드백을 보면서 NFT 가격을 조정하기도 하고, 똥 이모티콘을 받으며 지적도 받고 있다”며 “NFT 투자자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민주적인 소통을 통해 롯데홈쇼핑과 NFT구매자들이 이익을 함께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벨리곰도 BTS처럼 무명 시절 있어…수익 낸 것은 올해부터

NFT로까지 만들어진 벨리곰도 처음부터 인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홈쇼핑 특징상 TV 채널에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라이브커머스에서 주인공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 벨리곰의 시작이다.

롯데홈쇼핑 내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서 벨리곰이 탄생했지만 바로 ‘대박’이 나진 않았다.

진 상무는 2018년 8월에 나온 벨리곰은 3년 넘게 투자를 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다가 올해부터서야 수익을 낸 ‘눈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상무는 “지금은 글로벌 스타가 된 BTS(방탄소년단)에게도 연습생·무명 시절이 있지 않았냐”며 “벨리곰도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이제서야 빛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리곰 성공 요인을 3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오히려 이 캐릭터를 키우는 데 집중 및 연구를 한 점, 둘째는 벨리곰 캐릭터를 위해 목숨 건 유현진 대리 및 캐릭터사업팀의 노력, 마지막으로는 롯데월드타워 ‘어메이징 벨리곰’ 공공 전시를 통한 티핑포인트(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시점)였다.

진 상무는 벨리곰과 함께 하반기부터 가상인간 ‘루시’, 라이브커머스 팬덤 등을 모아 NFT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벨리곰NFT 보유자들을 위한 혜택들을 탄탄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벨리곰의 가치를 믿고 벨리곰NFT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롯데월드 할로윈 파티 행사, 벨리곰 전용 전시 등에 초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