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대형마트로 꼽히는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가 2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이마트는 2분기 최대 매출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갔고, 롯데마트는 적자 폭을 줄이며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컨설턴트 출신으로 각 사의 마트 사업을 총괄하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의 리더십이 재평가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5조9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95억원으로 48% 줄었다.

2분기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4.1% 증가한 2조9002억원을 기록했다. 기존점 매출이 3.8% 성장했지만, 인건비 상승과 PP(피킹앤패킹)센터 수수료 증가 등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36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전문점 매출을 합쳐 놓고 봐도 부진했다. 2분기 별도 기준 총매출액은 작년보다 1.7% 증가한 3조9607억원, 영업손실은 19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상반기 매출액이 0.8% 늘어난 2조9223억원,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롯데마트가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건 8년 만이다.

2분기 매출은 1조44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70억원으로 전년(-260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리뉴얼 작업이 성과를 보이며 기존점 매출이 4.2% 증가하고, 판관비를 절감한 것이 주효했다. 베트남 점포(동다점) 영업 종료 효과로 영업이익이 52억원 흑자 전환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채널에 밀린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부진

대형마트(할인점)는 각 사의 핵심 사업이다. 작년 말 기준 이마트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별도 법인 매출이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롯데쇼핑(023530)에서 롯데마트의 매출 비중은 30%에 달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온라인 장보기 수요 증가로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컨설턴트 출신의 인재를 잇달아 대표로 영입하며 반전을 시도했다.

이마트는 2019년 2분기, 창립 이래 첫 영업 적자를 낸 후 그해 10월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 부문을 담당하던 강희석 파트너를 대표로 영입했다. 창업 26년 만에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CEO)를 들인 건 처음이었다.

앞서 10여 년간 이마트의 경영 자문을 맡으며 트레이더스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편의점 이마트24,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출범 등을 자문했던 강 대표는 이마트 합류 후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적자를 내던 전문점을 청산하고, 이마트를 신선식품(그로서리) 중심의 점포로 개편했다.

그 결과 취임 이듬해 사상 처음 매출 20조원(연결 기준)을 돌파했다.

지난해부터는 SSG닷컴 대표를 겸하며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고 있다.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시작으로, 여성복 온라인 쇼핑몰 W컨셉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이끌며 이마트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의 사업구조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 3월 리뉴얼한 이마트 월계점 그로서리 매장의 ‘오더 메이드’ 서비스. /조선DB

하지만 이런 전략이 이마트 할인점의 부진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투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분기 이마트 할인점 매출총이익률(GPM)은 전년 대비 0.3% 개선됐다. 2018년 이후 3년 만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SSG닷컴향 지급수수료 증가와 유료 멤버십 출범으로 인한 프로모션 비용 지출, 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등으로 인해 별도 판관비가 전년 대비 552억원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월계점 등 점포 리뉴얼을 통해 옴니채널(온·오프라인 연계 판매)을 강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로 인한 지출이 늘면서 정작 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이마트 안팎에서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을 꾀했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을 살리기 위해 오프라인이 희생하는 구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SSG닷컴에서 주문받은 물건을 배송하는 PP센터 매출액이 발생할 시 온라인 사업부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커버하는 순수 오프라인 자체 성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 상반기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38% 줄었다.

동탄점 출점의 영향도 있지만, 최저가를 앞세운 온라인 쇼핑몰에 대항하기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8년 만의 흑전... 리뉴얼 전략 먹힌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시도한 ‘리뉴올(RE NEW ALL)’ 전략이 위축된 분위기를 반전했다.

롯데마트는 2020년 점포 12개를 폐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지난해 기존 점포를 미래형 마트 제타플렉스와 창고형 할인점 빅마트를 맥스로 전환하면서 체질 개선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2020년 12월 롯데마트 대표로 취임한 강성현 대표가 개편의 키를 잡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으로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지낸 강 대표는 롯데마트 수장이 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롯데그룹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마트의 변화를 이끌었다.

작년 말 서울 송파구 잠실에 문을 연 제타플렉스는 올해 7월 말까지 7개월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밀키트(250%), 축산 수산(30%), 과일(25%) 등이 고르게 성장했다.

강 대표는 제타플렉스를 롯데마트의 이미지를 개선할 중심 점포로 기획했다. 온라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트렌디한 제품을 과감하게 진열해 식음 문화를 선도적으로 끌고 가는 특화 점포로, 향후 10개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 내부에 있는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전경./ 롯데마트

특히 잠실점 1층 공간 70%를 할애해 만든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는 마트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4000여 종의 와인을 갖추고, 와인 시음 공간을 구성해 쇼핑과 문화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의 경우 개점 이후 7개월간 매출이 6배 이상 증가했다. 3월 말 개점한 창원중앙점은 4개월간 매출이 11배 이상 늘었고, 4월 개장한 상무점도 3개월간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엔 보틀벙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여 개인 맞춤 추천과 스마트 픽업 서비스를 확대했다.

올해 2월 첫선을 보인 창고형 할인점 맥스도 고객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롯데마트 4개 점포를 맥스로 리뉴얼했는데, 개편 전과 비교해 7월까지 해당 점포의 매출이 25% 이상 증가했다. 맥스 창원점의 경우 매출이 45% 급증했다. 광주, 목포, 창원 등 창고형 할인점이 없던 지방권에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롯데마트 온라인 몰의 새벽 배송 사업을 중단한 것도 적자 축소로 이어졌다. 조영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새벽 배송 사업 중단과 물류 효율화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 축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일각에선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닮은 꼴 전략을 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질개선과 함께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대형마트는 소비 심리 위축과 원가 상승으로 인한 최저가 경쟁 심화로 인해 실적 악화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논의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당장 관련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각 사는 수익구조 개선 및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대형마트는 해외 디스카운트 스토어(할인점)가 들어와 백화점식 서비스를 접목해 만들어진 것이라 비용 효율 면에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국내 마트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선 ‘할인점’이라는 본연의 업태 포지셔닝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