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현

온라인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올해 9월 5일부로 마켓플레이스 서비스(통신판매중개서비스)를 시행하며 중개업에 본격 뛰어든다.

10일 컬리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내달부터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중심으로 중개 서비스를 실시한다.

컬리는 부피가 큰 가전제품 위주로 중개 서비스를 우선 시행한다. 가전제품을 직매입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플랫폼 중개를 통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직접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컬리가 판매 중인 TV나 세탁기 등과 같이 부피가 큰 물품을 창고에 재고로 쌓아두면, 그만큼 다른 제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자체 물류창고에 상품을 쌓아놓을 필요 없이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바로 배송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와 관련한 약관 개정을 통해 ‘(컬리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와 판매자 간의 자유로운 상품 등의 거래를 위한 시스템을 제공할 뿐이므로, 이용자는 상품 등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판매자가 사이버몰 내에 작성한 상품의 상세 내용과 거래 조건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년째 마켓컬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그동안 마켓컬리가 100% 직매입한다고 해서 어떤 제품이든 믿고 샀는데, 이제는 그러한 메리트(장점)들이 점점 더 없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컬리 관계자는 “가전 분야뿐만 아니라 전시회·축제 등 티켓 판매까지 확장하면서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해당 서비스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검증된 판매자만 들어올 수 있도록 평가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컬리 퍼플 박스. /마켓컬리 제공

상장을 앞둔 컬리가 실적 개선을 위해 중개판매서비스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전개해 나가려는 측면도 있다.

컬리의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적자가 매년 늘고 있다. 매출은 2017년 466억원에서 지난해 1조5614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124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17.5배가량 증가했다.

직매입 방식을 뒷받침하기 위한 물류창고 시설 투자 등의 영향으로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김슬아 컬리 대표는 “다른 유통사와 달리 우리는 생산자의 제품을 100% 직매입한다”고 말하며 ‘100% 직매입’을 강조한 바 있다. 생산자가 만든 제품을 컬리가 직접 구매해 컬리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 것이다.

컬리는 이날 기준 김포(상온·냉장·냉동) 물류센터, 송파(상온·냉장) 물류센터, 화도(냉동) 물류센터, 용인(상온) 물류센터 등 자체적으로 물류창고 네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센터 투자에 따른 적자가 계속되고, 외부에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자 또다른 수익 창출 모델인 ‘중개 서비스’를 함께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G마켓·옥션·11번가처럼 중개 서비스를 하면 자체 물류창고가 없어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바로 상품을 전달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신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용도로 중개판매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동안 컬리가 직매입 구조를 유지한 것은 물류창고를 갖춘 컬리가 재고 부담을 갖는 대신 제품의 질을 보장해 소비자 신뢰를 얻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판매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하는 방식에서 ‘신뢰도 있는 판매자’를 찾는 방식을 택해 기존 오픈마켓과는 차별화를 두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켓컬리가 상장을 앞두고 성장성이나 확장성 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자 중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개서비스를 차별화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