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고객의 포장 주문 건에서도 음식점에 중개료 떼는 이른바 ‘포장 수수료’ 부과 초읽기에 들었다. 오는 6월 말로 예정했던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0원’ 프로모션(할인)을 나란히 3개월 연장했다.
이들은 앞서 ‘중개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으로 고정했던 단건 배달 프로모션을 나란히 연장한 끝에 결국 주문 금액의 최대 27%를 떼는 중개 수수료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배달 앱 중개 수수료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말까지로 예정했던 배민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0원 정책을 오는 9월 말까지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3월 31일까지로 연장한 후 3월 28일 재차 6월 30일로 재차 늘린 데 이은 3번째다.
쿠팡이츠도 지난해 10월 포장 주문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잇따라 중개 수수료 0원 연장 공지를 내고 있다. 당초 포장 주문 서비스 사전 신청 음식점주의 혜택으로 지난해 말까지 제공키로 했던 수수료 0원을 연장, 9월 말까지 무료 정책을 유지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포장 수수료 부과를 정해 두고 업체 간 눈치게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배달 앱은 한집만 가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놓고도 중개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 연장을 거듭하다 배달 중개 수수료를 올렸다.
단건 배달을 먼저 시작했던 쿠팡이츠가 지난 2월 서비스 출범 후 2년 반 동안 계속해 온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최대 수수료 27%(배달비 포함형)의 요금제형 수수료로 개편하자 배달의민족도 3월 22일 곧장 동일 구조의 배달 수수료를 부과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수익 개선의 필요 앞에 놓여 있는 탓에 계속된 프로모션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연장도 수익 개선의 방책 중 하나로 연내 종료 후 유료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는 배달 앱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배달 앱은 통상적으로 점심·저녁 등 배달 주문이 몰리거나 폭설·폭우 등으로 배달 기사가 부족할 때 배달비를 직접 쓰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주문은 배달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비 6000원을 점주와 고객이 각각 분담하고 있지만, 평균 배달비는 7000원으로 차액 1000원을 직접 부담, 배달 주문이 늘수록 적자도 커지는 구조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57억원이었다.
배달비 인상 등으로 포장 주문이 늘고 있는 것도 포장 수수료 부과를 부추기고 있다. 배달의민족 포장 주문 고객 비중은 2020년 1월 3%에서 지난해 7월 17%로 뛰었다. 같은 기간 포장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 음식점 비중도 26%에서 72%로 늘었다.
업계에선 포장 주문 1건당 6~9% 중개 수수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배달 중개 수수료 기본형(6.8%)과 일반형(9.7%)에서 각각 떼는 수수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양사가 이미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이든 포장이든 동일한 ‘주문’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배달 앱 2위인 요기요는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로 배달 주문 중개 수수료와 동일한 12.5%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음식점주들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종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 포장 수수료까지 더해질 경우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는 요기요를 대상으로 탈퇴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배달플랫폼 횡포 대응 사장님 모임에 소속된 한 음식점주는 “요기요 포장 주문을 막기로 했다”면서 “포장은 전화 주문으로 받거나 공공 배달 앱을 통해서만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음식점주는 “포장 수수료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