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 크리스에프앤씨, 흥국에프엔비 등 유통 기업들이 올해 들어 서울에 부동산을 잇달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사업 확장에 따른 증설이나 사옥 이전 등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업계 일각에선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린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부동산 등기 등에 따르면 패션 전문기업 크리스에프앤씨(110790)는 지난 4월 25일 사업 규모 확장에 따른 제2 사옥을 목적으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부동산 매입을 결정했다. 토지 면적 1950.90㎡에 건물 면적 9338.03㎡짜리로 양수 가액은 1300억원이었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대금 지급을 완료하고 등기 이전을 마쳤다. 자산 총액 대비 30.49%에 이르는 계약이었다. 사측은 “업무공간 협소 해소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재고하고 신규 브랜드 추진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마켓컬리에 음료 납품 등을 하는 흥국에프엔비(189980)는 지난달 11일 회사 사옥 이전을 목적으로 강남구 삼성동 부동산 취득을 결정했다. 토지 면적 1173.80㎡에 건물 면적 3001.26㎡, 양수 금액은 620억원으로 자산 총액 대비 46.99%에 달했다.
흥국에프엔비는 지난달 11일 계약금 10%를 지급했고, 오는 8일 잔금을 치르고 등기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는 양수 결정문을 통해 “경영 환경 개선 및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GF(027410)의 자회사 코프라도 기업부설연구센터 신축 부지 취득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 BGF는 코프라의 지분 44.34%를 가진 대주주다.
코프라는 용산구 이촌동 일대에 토지 면적 779.50㎡, 건물 417.50㎡짜리 부동산을 177억원에 매입했다. 자산 총액 대비 11.77% 규모로, 지난 4월 11일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이전했다. 사측은 “장기 성장을 위한 R&D 기반 시설 확보, 사업역량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양수 영향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경영 효율성 제고’, ‘수익성 증대’ 등을 이유로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업들이 기존에 들고 있던 부동산 가치가 오른 만큼 자산가치 상승을 통한 이익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현재 사용 중인 강남구 도곡동 본사를 지난 2017년 425억원에 매입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당시 해당 건물의 개별공시지가는 ㎡당 1189만원이었으나, 지난 4월 29일 기준 공시지가가 1799만원으로 올랐다. 건물 토지 면적이 1777㎡인 점을 감안하면 108억원가량 자산 가치가 오른 셈이다.
BGF가 사용하고 있는 강남구 삼성동 본사도 개별공시지가가 최근 10년 사이 ㎡당 3030만원에서 6967만원으로 올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유통 업체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서울 핵심 지역 부동산은 불황을 피해 갈 것으로 보고 투자의 성격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업 입장에선 벌어둔 돈을 들고 있거나 주식 등에 투자하기보다 실물 자산을 마련하는 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