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이달 1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으로 옮겨 근무를 시작하면서 용산 지역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땅값이 뛰고 있는 곳은 아모레퍼시픽(090430) 본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사옥이 완공된 2017년 11월, 용산으로 전 직원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 용산역 근처는 대표적인 집창촌 지역으로 불릴 만큼 낙후된 곳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LS 타워, LG유플러스 본사 등이 들어서며 ‘용리단길’이라고 불릴 만큼 발전한 오피스 상권이 됐습니다. 여기에 래미안 용산과 용산 푸르지오 써밋 등 고층 주거 건물도 있어 서울 중심 상권 중 하나로 발전했습니다.

30일 국토교통부 개별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이 있는 토지의 공시지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올랐는데요.

2018년 ㎡당 2837만원이었던 공시지가는 2022년 ㎡당 3930만원으로 약 39% 올랐습니다.

평당(3.3㎡) 가격으로 보면 2018년 9362만원에서 2022년 1억3000만원가량으로 오른 건데요.

지하 7층부터 지상 22층으로 구성된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대지면적은 1만4525㎡(4394평), 연면적 18만8902㎡(5만7201평) 규모입니다.

대지면적으로 계산하면 2018년 4114억원에서 2022년 기준 5700억원 가량으로 올랐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루프가든 전경. /조선DB

아모레퍼시픽의 땅값 전망은 앞으로도 밝습니다.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용산 미군기지의 시민 공원화 등 윤 대통령의 용산 개발 계획이 알려지며 주거지로서 관심이 높아져서입니다. 주거지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인구 밀집도가 높아지고 상권이 발달하게 됩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3일 기준 서울에서 용산구가 노원구, 성동구에 이어 3번째로 높았습니다.

매매상승률로만 보면 용산구(0.05)가 가장 높았습니다. 서초구(0.04), 강남구(0.02)보다도 높습니다.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노원구, 성동구에 이어 용산구가 3번째로 높았습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있는 용산지역을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선 대표는 “대통령이 용산 육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주거지 뿐만 아니라 회사 사옥들이 추가로 들어오면 기업 인프라로 인해 인구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그는 “군사 지역과 철도 관련 지역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개발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규제가 완화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같은 용산 지역 건물이 가격 상승 호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땅값 상승에도 아모레퍼시픽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주요 사업 부진과 주가 하락 등의 이유 때문이죠. 신사옥 이전 후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에 있어서 연달아 악재를 맞았습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해 2017년 중국의 경제 보복이 이어져 화장품 사업 타격을 입었고, 2019년에는 미중 무역 분쟁 심화, 한일 외교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수출 실적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화장품 소비 욕구가 줄면서 산업 전반적으로 부진했죠.

지난 13일에는 아모레퍼시픽 사내 감사를 통해 내부 임직원 3명이 30억원대를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주가도 내림세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용산 신사옥 이전 후 되레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7월 31일 종가 기준 최고가(45만5500원)를 찍었던 주가는 점점 하락해 이달 26일 종가기준 15만4500원에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신사옥 이전 시점쯤인 2017년 11월 30일 종가(30만9000원)와 비교해 이날 종가 기준 주가가 정확히 반토막 났습니다.

다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화장품 업황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온라인화 효과·부진 매장 축소·고마진 면세 제품 구성 변경 등으로, 해외의 경우 중국 럭셔리 카테고리 확대 및 서구권 세포라 입점 확대 등이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올해 실적 개선에 힘입어 회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땅값이 오른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