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듯 장기간 체류하며 오락과 쇼핑을 즐기는 복합관광단지가 차세대 오프라인 유통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몰입도를 높인 대단위 쇼핑 공간을 통해 경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지역 발전까지 꾀한다는 취지다. 조선비즈는 최근 마무리 개발 단계에 들어간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체류형 복합관광단지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쇼핑몰, 놀이공원, 호텔·리조트 등 각종 체험 쇼핑 시설을 한데 모은 복합관광단지가 신(新)유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에서 즐기는 몰링(Malling·쇼핑과 여가를 즐기는 소비 행위)을 넘어 며칠간 체류하며 위락·오락·쇼핑·숙박시설 등을 함께 소비하도록 설계한 체류형 관광단지를 의미한다.

복합관광단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늘어난 경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온라인 쇼핑의 부상에 맞설 오프라인 유통의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대선 정국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이 반향을 일으킨 이유도 복합쇼핑몰을 통해 경험 소비를 만끽하려는 지역민들의 니즈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래픽=손민균

◇ 몰링 넘어 체류하는 ‘몰입형 쇼핑’ 뜬다

국내 쇼핑 수요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작년 국내 백화점 70곳 중 연 매출 1조원이 넘은 점포 11곳 중 7곳은 서울에서 나왔다. 명품 수요 증가에 따라 명품 브랜드 입점 비율이 높은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 점포에 매출이 쏠린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에 복합쇼핑몰만 만들어선 승산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KTX, SRT를 통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2~3시간이면 서울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쇼핑몰로는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2~3일 이상 체류하며 장기간 소비할 수 있는 복합관광단지가 차세대 유통 모델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도시공사가 부산 기장군 기장읍 일대 366㎡(약 110만 평) 부지에 총 6조원을 투자해 조성 중인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들 수 있다.

미역과 멸치를 특산물로 내세운 부산의 외딴 마을이었지만, 현재 부산 국립과학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메종 롯데몰, 글로벌 가구점 이케아, 힐튼호텔·아난티 코브, 스카이라인 루지 등이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개장하면서 체류형 관광단지로서 틀을 갖췄다. 2024년까지 수중호텔 아쿠아 월드와 시니어 복합 단지 메디타운도 열 예정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개장일은 지난 3월 31일 이용객들이 입구에서 줄을 서 있다. /롯데월드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예전엔 당일치기나 1박 2일 일정으로 깡통시장과 광안리, 해운대를 방문했던 관광객들이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들어선 후 3~4일 일정으로 기장을 찾고 있다”며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정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대단위 쇼핑 문화 시설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찾은 방문객은 1000만 명(중복 입장객 포함)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지 내 숙박 시설인 아난티 코브의 경우 방문객의 40%가량이 수도권에서 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급효과도 크다. 부산도시공사가 2019년 부산대학교에 의뢰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투자의 경우 생산유발·고용유발·부가가치를 포함 총 12조7904억원으로 예상된다. 운영 파급효과는 총 5조272억원, 고용 창출은 약 1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 경험 소비 찾는 소비자… 대기업·지자체도 관심

초대형 관광단지가 차세대 유통 모델로 부상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경험 소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던컨 와들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3월 조선비즈가 주최한 유통산업포럼에서 “경험이 앞서면 유통은 따라온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험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며 “과거의 소매 업계에선 접근할 수 없는 수준으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신세계 화성 테마파크 조감도. /신세계

신세계(004170)CJ(001040) 등 유통 대기업들도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목표로 각각 화성 국제테마파크와 CJ라이브시티 개장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스타필드의 경쟁자는 에버랜드와 야구장”이라며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화성 테마파크 사업 등 복합 개발 사업에 5년간 4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약 70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최근 광주, 전북, 전남 등 여러 지자체에서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답사했다.

신문기 부산도시공사 분양보상처 분양1부 전문위원은 “최근 관광 트렌드가 경유형에서 체류형으로 탈바꿈하면서 지역 발전의 일환으로 대규모 관광단지를 구상하는 추세”라고 했다.

일각에선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관광지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접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이미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등을 운영하며 아시아 테마파크 시장에서 상위권을 점했다.

조 교수는 “관광단지가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라며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부산 상권에 머물지 않으려면 단지 내 수십 개의 사업장을 관리하는 컨트럴 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