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내달 가격 인상에 나선다. 지난 1월 롤렉스를 시작으로 제니스, 태그호이어 등으로 이어진 명품 시계 줄인상 대열에 동참한 지 5개월 만이다. 명품 가방에서 시작한 줄인상이 이제는 시계로 넘어왔다.

9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예거 르쿨트르는 오는 6월 1일 주요 시계 제품 판매 가격을 3~4% 인상하기로 정했다. 대표 제품인 ‘문페이즈’를 비롯 지난 4월 새로 선보인 ‘랑데부 데즐링 스타’ 등이 제품 판매가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이 시계 제품. /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예거 르쿨트르의 가격 인상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품이 가격을 올렸다. 마스터 울트라 씬 문페이즈의 경우 30만원이 올라 현재 1380만원이다. 마스터 컨트롤 캘린더도 1550만원에서 1590만원으로 뛰었다.

“본사 가격 정책 변경, 환율 변동 등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조정”이라는 게 예거 르쿨트르 측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배짱 장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층이 탄탄한 명품의 경우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가격 인상이라는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2019년 이후 매년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2019년 7월 최대 3% 시계 제품 가격을 올린 후 2020년 10월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8월에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해 2019년 1140만원 수준이었던 문페이즈가 1400만원에 가까워졌다.

가격 인상은 명품 시계 브랜드 전반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시계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샤넬과 루이비통 등의 핸드백 줄인상과 비슷한 수순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앞서 샤넬, 루이비통은 지난해에만 가격을 인상을 각각 4번, 5번 단행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수요층이 탄탄한 명품은 가격이 올라도 구매가 계속된다”면서 “오히려 잇따른 ‘가격 인상이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인식을 만들었다”면서 “최근 확산한 리셀(되팔기) 열풍에 명품 시계도 들어있어 가격 인상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앞에 소비자들이 줄을 서있다. /조선DB

지난 1월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롤렉스도 가격을 올렸다. 인기 모델로 꼽히는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 오이스터스틸은 1142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13% 상향 조정됐다. 같은 시기 제니스도 시계 제품 판매 가격을 5% 인상했다.

태그호이어는 지난 4월 가격을 인상했고, 같은 달 브라이틀링도 이달 중 일부 제품의 가격을 5% 인상했다. 이달 들어선 까르띠에가 인상했다. 까르띠에는 이날부터 시계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을 최대 13% 상향 조정했다.

명품 시장은 가격 인상과 함께 계속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3495억5900만 달러(445조3700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13.3% 성장했다. 세계 7위 규모로 명품 시계 시장은 1조1177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