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중국 헤드쿼터(HQ)를 올해 상반기 청산할 예정이다. 중국 HQ는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를 지원하는 본부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곳이다.
2012년 계열사 사업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법인 형태로 만들었으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계열사들이 문을 닫으며 역할이 줄었고 결국 10년 만에 청산하게 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HQ(Lotte China Management Co Ltd)를 청산한다.
중국 HQ는 롯데쇼핑(023530)이 70%, 롯데지주(004990)가 15%, 롯데케미칼이 15% 등의 지분을 소유한 법인 형태의 조직으로 중국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청산을 논의해 올해 상반기 중 행정 절차를 마치고 중국 HQ를 청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라는 브랜드가 중국에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롯데케미칼(011170) 등은 중국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2년 신(新) 중국 전략을 세우고 공격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HQ를 만들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당시 ‘2018년 매출 200조원, 아시아 톱 10′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핵심 전략지로 중국을 꼽았는데,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며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경쟁력을 강화할 조직이 필요했다.
그러나 중국 HQ는 설립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계열사들이 영업을 중단하며 역할을 잃어갔다.
최근에는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임원급이 중국 HQ 대표직을 겸직하며 중국 내 계열사 청산 업무를 지원하고 있었으나 계열사 대부분이 탈(脫)중국하며 중국 HQ도 자연스럽게 청산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1994년 롯데제과 중국 법인을 시작으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칠성(005300)음료,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했었다.
롯데마트는 2007년 네덜란드 체인 마크로를 인수하며 슈퍼를 포함해 115개 점포를 갖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해 베이징에 1호점을 냈으며 선양·청두 등 5개 점포를 운영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경북 성주 골프장이 사드 배치 후보지가 되며 2017년 2월 이후 중국의 보복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소방·위생·환경 규정 위반을 구실로 롯데마트 등에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고 롯데그룹은 현지에서 불매 운동에 시달렸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은 2018년 철수를 결정했고 2019년 롯데칠음료와 롯데제과 등 식품 계열사도 중국에서 철수했다.
롯데그룹의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롯데그룹은 2014년 선양에 롯데백화점 점포를 내며 연면적 145만㎡(약 44만평) 규모의 쇼핑몰·테마파크·호텔·아파트 등 초대형 랜드마크를 만들 계획이었다.
중국은 사드 사태 이후 선양 롯데타운 건설 공사를 중단시켰다가 2019년 4월 시공 인허가를 내줬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불거졌고 선양 롯데백화점도 그해 4월 문을 닫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작년 12월 “롯데그룹이 선양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최소 16억달러(1조9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최종 거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백화점 청두점 1곳을 운영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국 HQ 청산과 별도로 롯데백화점 청두점은 계속 영업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그룹은 해외 사업 중심축을 중국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옮겼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리아, 롯데컬처웍스 등 19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