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전자기기를 8만원 쿠폰 적용해서 2만원에 구매했는데, 취소라구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의 현혹성 마케팅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가 ‘시스템 오류’ 명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업체는 실수라고 해명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는 지난달 29일 밤 12시부터 10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있는 8만원 장바구니 쿠폰을 발급했다.
쿠폰 이벤트 소식이 알려지자 전자기기 관련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11번가가 발급한 쿠폰이 모든 전자기기 카테고리 제품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해당 시간대 11번가 베스트 판매 순위에는 키보드, 램(데이터기억장치), 모니터, SSD(정보저장장치) 등이 오를 만큼 전자기기 구매가 급증했다.
11번가는 29일 오전 9시쯤 해당 쿠폰의 발급을 중지했다가, 다음 날인 30일 밤 12시에 쿠폰 재발급을 진행했다.
그러나 쿠폰을 받아 주문한 고객들에게 돌아온 것은 취소 문자였다. 시스템 오류로 두 번의 쿠폰이 모두 잘못 발급되었다는 것이다.
11번가 측은 “‘LG PC 장바구니 쿠폰’을 등록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로 인해 ‘PC/노트북’ 등 모든 전자기기 카테고리 제품에 쿠폰 발급이 적용됐다”며 “LG PC를 구매한 고객 외에 구매를 모두 취소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일 쿠팡에서는 한 업체가 포카리스웨트 500mL 제품 20개 묶음을 1070원에 판매했다 취소해 논란을 샀다. 취소 사유는 “다른 상품으로 잘못 노출되어 취소했다”는 것이었다.
구매 후기가 10만 개가 넘는 업체였기에 이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상품을 구매한 김 모(30)씨는 “이벤트 상품인 줄 알고 여러 개 구매했는데 소비자를 낚는 상품일지는 몰랐다”며 “애초에 쇼핑몰 내 순위만 높이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노이즈 마케팅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도시락 업체도 있다. 지난달 18일 중견 도시락 업체 포르미 도시락은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가 ‘0′ 하나가 잘못 붙여졌다며 전체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해당 쿠폰을 적용하면 정가 4만3900원짜리 도시락을 9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기회에 공짜 마케팅을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반면, 자사의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쿠폰 지급 건에 대해 책임을 진 업체도 있다. 위메프는 지난달 17일 진행한 ‘가격 비교 룰렛 이벤트’에서 오류가 발생해 전체 참여자에게 각각 5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제공됐는데, “내부 설정 오류로 발생한 문제”라며 지급된 포인트 전액을 회수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르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 철회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임의로 취소하는 건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낚시용 제품이나 쿠폰을 앞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시스템 관리를 못 했다는 변명을 반복하는 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에 불과하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이를 거르는 필터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