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007070)이 스마트공장을 통해 채소 등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퍼스프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마켓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 결합을 통한 ‘퀵커머스(즉시 배송) 1등’을 노리는 GS리테일이 신선식품 강화를 위한 산지 직송 전략을 더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농산물 유통·가공·판매를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 퍼스프를 인수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마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퍼스프의 지분 90%를 신규 취득해 자회사에 편입했다.
2005년 설립된 퍼스프는 기업형 농업을 영위하는 알짜기업으로 꼽힌다. 충남 계룡시에 스마트공장을 갖추고 전처리 채소 등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농업기술(농업테크) 기업으로 2019년 266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인력 수급 등으로 생산 차질을 겪으며 2020년 10월 기업회생철차를 밟았다.
GS리테일은 퍼스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산지에서 바로 보내는 산지 직송을 통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떠오른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퍼스프는 채소와 과일 등을 직접 생산하는 동시에 해당 농산물의 세척·절단·가공하는 자동화 설비까지 갖췄다. 이를 슈퍼마켓 GS더프레시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GS프레시몰에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GS리테일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중심 사업구조에서 온라인으로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식품은 GS프레시몰로 통합하는 게 중장기 비전이었는데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퍼스프를 통한 산지 직송은 더없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지 직송은 신선식품 차별화의 필수 전략으로 통한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신선식품 거래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한번 품질이 확보되면 고객들을 붙잡아 두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7조9421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패션·생활 등 공산품 거래액은 10%대 증가하는데 그쳤다.
산지 직송은 수익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유통 단계가 줄면서 같은 상품을 팔아도 마진율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수산물 유통은 물동량의 70%가량이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집중된 뒤 재배송된다”면서 “산지 직송은 좋은 상품을 더 싸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퍼스프가 생산한 농산물의 퀵커머스 활용도 염두에 뒀다. 퀵커머스는 도심 곳곳에 물류 거점을 두고 소량의 상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것을 뜻한다. 전국 330여개에 달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거점으로 두고 퍼스프 신선식품을 지난해 8월 인수한 요기요로 빠르게 배달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GS리테일은 퍼스프를 통한 신선식품 강화, 퀵커머스 활용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 개편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곽용구 GS리테일 GS더프레시 상품 부문장과 김종서 GS리테일 플랫폼 비즈니스유닛 전략부문장을 각각 퍼스프 이사회 내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렸다.
플랫폼BU는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 수퍼사업부 등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이었지만, 지난해 12월 1일 조직 개편에서 퀵커머스 사업부문을 함께 맡게 됐다. 슈퍼마켓 등을 거점으로 퀵커머스 사업을 강화해 퀵커머스 시장에서만큼은 1위에 오르겠다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퍼스프를 인수했다”면서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퀵커머스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