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일순(52)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가맹 계약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쿠팡이츠가 서비스 출시 이후 2년 반 동안 계속해 온 ‘중개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종료하기로 하면서다.

김씨는 “당초 3개월로 제시됐던 쿠팡이츠 중개 수수료·배달비 고정 프로모션이 계속 재연장 돼 온 만큼 언젠가는 종료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면서도 “이렇게 복잡해질지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운영하는 배달 앱 쿠팡이츠가 내달 3일 수수료·배달비 체계를 개편키로 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쿠팡이츠가 수수료·배달비 체계를 4가지로 나누면서 어떤 방식이 이익이 될지 알 수 없어서다. 쿠팡이츠는 종류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고정 배달비도 책정했다.

그래픽=이은현

◇ 음식점주 유형 택하고 배달비도 직접 조정해야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달 말 주문 중개 수수료 건당 1000원, 배달비 5000원 고정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중개 수수료 및 배달비를 수수료 일반형, 수수료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 배달비 포함형 등 4가지로 구분한다고 공지했다. 2019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년 반 만이다.

쿠팡이츠가 새로 개편한 중개 수수료·배달비 체계는 각 음식점이 어떤 유형을 택하는 지에 따라 이익일 수도 불이익일 수도 있다. 이번 개편은 최저 7.8%에서 27%까지 중개 수수료가 세분화된 가운데,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배달비는 낮아지거나 아예 없어지는 구조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만원 음식을 판매한 식당주는 기존 고정 프로모션 체계에서 주문 중개 수수료 1000원을 빼고 고객과 배달비 5000원을 2500원씩 반반 부담하는 방식으로 결제 수수료 3%(600원)를 포함 1만5900원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개 수수료 9.8%(1960원), 배달비 최소 1764원, 결제 수수료 3%로 책정된 수수료 일반형 기준 점주가 남길 수 있는 이익은 1만5676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수료 절약형을 선택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주문 중개 수수료는 7.5%로 줄어들지만, 사장님 부담 배달비가 최소 2364원부터 6000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배달비 포함형, 배달비 절약형을 택할 경우 점주가 받는 돈은 각각 1만4000원, 1만3500원에 불과해 진다. 배달비 포함형은 중개 수수료로 27%(5400원+결제 수수료 600원)를 고스란히 내야하고, 배달비 절약형의 경우 2만원어치 음식을 판매할 경우 중개 수수료 15%에 배달비 2900원을 고정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당초 프로모션 중단 시 예정했던 중개 수수료 15%, 배달비 6000원 계획을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음식점주가 2만원짜리 음식을 팔아 남길 수 있는 1만3400원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달라진 건 없는데 복잡함만 더해졌다”면서 “객단가가 2만원을 넘어설수록 쿠팡에 내는 돈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떡볶이 등 배달 주문 금액 낮을수록 이익

반면 1만원대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은 이번 개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개 수수료로 1000원을 내고 고객과 배달비를 반반 부담하는 기존 체계에서 점주는 결제수수료 3% 포함 6200원을 받아 왔다. 개편 수수료에서 일반형 적용 시 배달비 5400원을 고객과 반반 부담할 때 6020원으로 이익이 줄지만, 배달비 포함형을 택할 경우 수수료 27%만 내면 돼 결제수수료를 내고도 7000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구에서 배달 전문 떡볶이 매장을 운영하는 이일성(36)씨는 “1만원도 안 되는 떡볶이를 판매하면서 배달비 5000원을 고스란히 내야하는 게 부담이었다”면서 “아직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적용해 보지 않았지만, 일단 떡볶이 주문만 받는다고 할 경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아울러 주문 금액이 적을수록 배달비를 적게 내는 구조도 짰다. 현재 음식점주들은 음식 배달비가 낮을 경우 소비자에게 더 많은 배달비를 전가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2만원 넘는 음식을 주문하면 2500원만 내면 되지만 그 이하를 주문할 경우 4000~5000원까지 고객에게 배달비를 부담케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달비 절약형을 통해 주문 가격이 낮아도 배달을 받을 수 있다. 5000원대 주문을 해도 배달비 총액을 4800원으로 책정해 점주와 고객 각각 900원, 3900원을 부담케 하는 식이다. 주문 금액이 1만2000원을 넘으면 배달 총액을 4900원으로 올리고 음식점주와 고객이 각각 2900원, 2000원을 부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3만원 이상이면 고객은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쿠팡이츠의 이번 개편 이후 배달의민족 등이 덩달아 중개 수수료·배달비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민은 지난해 6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한 후 중개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고정 프로모션을 3개월 단위로 추진해 오다 지난 12월 27일 프로모션 적용 기간을 1개월로 축소했다.

쿠팡 관계자는 “점주들의 고민을 덜기 위해 개편 시행일을 2월 3일로 잡고 별도의 상담 채널까지 마련했다”면서 “4가지 요금제를 월 단위로 바꿔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