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배민스토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음식 외에 꽃, 화장품, 패션 등의 배달을 중개하는 서비스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선 배민이 플랫폼 파워를 이용해 골목상권을 파고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스토어는 배민 앱 내에 신설된 서비스로, 뷰티·패션·라이프스타일 등 브랜드 상품을 배달한다. 현재 꾸까(꽃), 아리따움(화장품), 올가(식료품) 등 세 곳이 입점됐고, 신발 편집숍 폴더도 입점을 준비 중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오픈마켓처럼 소비자와 인근 소매점의 거래를 중개하는 구조로, 도심 거점 지역에 물류창고를 두고 자체 라이더와 커넥터(프리랜서)를 활용해 배달하는 B마트와 달리 입점 업체가 라이더와 계약을 맺고 배달한다.

배달이민족이 21일부터 선보인 배민스토어 앱 구동 화면. /배달의민족 앱 캡처

유통업계에선 퀵 커머스(즉시 배달)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배민스토어 출범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직매입한 상품을 빠르게 배달하는 B마트나 쿠팡이츠 마트가 동네 마트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퀵 커머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자, ‘소상공인의 배달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배민스토어를 출범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앞세워 꽃배달, 미용실,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의 분야의 진출해 논란을 산 카카오(035720)의 ‘문어발식 확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를 통해 꽃, 간식, 간편식 등 중소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기업회원과 중개하는 사업을 진행했으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으며 6개월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배민 관계자는 “플랫폼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개 서비스를 출범했다”라며 “아직 베타 서비스 수준으로, 업체와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사업을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배민이 탈(脫) 음식 배달을 강행한 이유는 음식 배달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주문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에 뛰어들면서 라이더 확보를 위한 비용 부담이 커졌다. 배민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1조9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년째 적자가 계속됐다.

지난달 '우아콘 2021'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힌 김범준 대표. /우아콘 영상 캡처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22일(현지시각) 독일과 일본에서 운영하던 음식 배달 서비스 ‘푸드판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과당 경쟁으로 배달원 확보 비용이 늘어난 점”을 사업 철수의 이유로 설명했다.

이에 배민은 음식 배달을 넘어선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지난달 17일 열린 ‘우아한테크콘서트2021(우아콘 2021)’에서 “배민은 더 이상 음식 배달앱이 아니라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커머스 요구들이 있으니, 이제는 배달 외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배민스토어 이전에도 퀵커머스 ‘B마트’, 라이브커머스 ‘배민라이브’, 전국 맛집을 밀키트로 배달하는 ‘전국별미’ 등을 시험한 바 있다.

이에 배민 관계자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장기적인 과제일 뿐 핵심 사업은 음식 배달”이라며 “배민스토어는 플랫폼 사용자의 편의성과 사용 경험을 높이는 장치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