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상품 판매에 투자를 접목하고 나섰다.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2030세대 젊은 층이 지난해 주식, 가상화폐 열풍을 계기로 투자에 눈을 뜨며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자 투자를 상품 마케팅으로 확장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 16일 도시락 구매 시 추첨을 통해 음악저작권을 주는 ‘뮤직카우 추억의 갬성 도시락’(뮤직카우 도시락)을 선보였다. 오는 30일까지 4만개를 한정 판매하는 도시락을 구매한 후 동봉된 QR코드를 통해 ‘뮤직카우’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 110명을 추첨해 아이유‧쿨‧빅마마‧핑클·빅뱅 등이 부른 노래의 음악저작권을 제공한다.
뮤직카우 도시락 구매 후 받은 음악저작권은 음악저작권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에서 거래할 수 있다. 음악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해당 지분만큼 매월 음악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고 매매도 할 수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락을 경험하게 해 단골 고객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미술품 조각투자를 선보였다. 롯데멤버스는 오는 22일부터 엘포인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미술품 투자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 대상은 영국의 유명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의 프린트 작품 ‘잭앤질(Jack and Jill)’로 엘포인트로 분할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엘포인트 앱 사용자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상품 판매에 투자를 엮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신라호텔은 투숙객에게 ‘단색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서보 화백의 작품 공동 소유권을 제공하는 ‘폴 인 아트(Fall in Art)’ 패키지를 내놨다. 투숙객은 작품 ‘묘법 No. 071218′ 또는 ‘묘법 No.111020′에 대한 공동 소유권(5만원)을 제공받는다. 소유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에서 거래할 수 있다.
투자 접목 상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24가 뮤직카우 도시락보다 앞서 지난 7월 선보인 ‘주식(株式) 도시락’은 20~40대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1차 판매(7월 14~16일) 기간에 5만개가 팔렸고, 2차 판매가 진행된 7월 28~29일 이마트24 전체 도시락 매출은 전주 대비 56% 늘었다.
고객 유입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멤버스가 지난 7월 엘포인트 멤버십 포인트로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진행한 첫 뱅크시 작품 조각투자에는 953명이 참여했고, 이 중 5700만원어치가 엘포인트 앱을 통해 결제됐다. 서울신라호텔의 폴인아트 패키지는 판매를 시작한 지 2주 만인 지난 12일 기준 전체의 70%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자산 가치 폭등으로 요즘 젊은 층은 그 어느 때보다 투자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소비가 투자가 되는 이른바 투자 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서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유용한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투자 마케팅은 한우, 와인 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체 투자에 나서는 2030세대 젊은 층과 새 시장을 개척하려는 핀테크 업체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유통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상품 자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한 한우가 경매를 통해 판매되면 지분만큼 수익을 받는 플랫폼이 나오는가 하면, 고가 와인을 쪼개 투자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가에선 상품 판매에 접목할 투자 상품 선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1000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 마케팅 수단으로 부담이 크지 않은데 반해 고객 유입 효과는 크다는 장점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대형마트는 한우 구매 시 한우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