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새벽배송을 하는 이커머스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3사가 내년 주식시장 기업공개(IPO) 채비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추정하는 3사의 합산 기업가치가 15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누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 상장 1호’가 될 지도 관심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3사는 IPO를 앞두고 대표 상장 주관사를 확정했다. 오아시스마켓이 작년 8월 NH투자증권(005940)에 이어 올해 6월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지난달 27일 SSG닷컴이 미래에셋증권(006800)·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이틀 뒤 마켓컬리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을 대표 주관사로 정했다.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SSG닷컴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네오003.

2세대 이커머스로 꼽히는 3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1세대 이커머스는 인터파크가 대표적인데 199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1세대는 국내에 전자상거래란 개념이 등장했던 1999년~2000년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을 일컫는다. 2세대는 2010년 쿠팡·티몬·위메프의 등장 이후로 활발하게 생겨난 오픈마켓 혹은 직매입 기반의 쇼핑몰을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추정하는 3사의 기업가치는 SSG닷컴이 10조원, 마켓컬리가 4조~5조원, 오아시스마켓이 1조원 수준이다. 쿠팡이 거래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 대비 2.5~3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점을 보수적으로 고려한 수치다. SSG닷컴의 올해 추정 거래액은 5조6000억원, 마켓컬리는 2조원, 오아시스마켓은 3000억~4000억원 규모다. 통상 유통기업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으나 영업이익 흑자 기업이 거의 없는 이커머스는 거래액에 일정 배수를 곱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SSG닷컴이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 받으면 모회사인 이마트(139480)신세계(004170)의 합산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1일 종가 기준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4조7389억원, 신세계는 2조3432억원이다. 매출은 SSG닷컴이 작년 1조2941억원으로 이마트(22조330억원)와 신세계(4조7660억원)에 못 미치지만 성장성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SG닷컴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치지만 지난 6월 이마트가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 합치면 15%로 상승해 네이버(17%)에 이은 2위 사업자가 된다.

SSG닷컴의 강점은 이마트·신세계 그룹사, 이베이코리아와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다. 전국 각지의 이마트 매장을 온라인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2019년부터 추진중인 점포 리뉴얼을 통해 매장 내 PP센터(피킹 앤드 패킹 매장·온라인 주문 물품을 골라 포장하는 장소) 면적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등 계열사 바이어가 엄선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기획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마켓컬리 냉동차에 배송 제품이 들어차 있는 모습.

2015년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마켓컬리는 빠른 성장세와 탄탄한 충성 고객층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마켓컬리의 매출은 2017년 466억원에서 2018년 1571억원, 2019년 4290억원, 작년 953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작년 초 300만명이었던 회원 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올해 800만명을 넘었다. 충성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신규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은 작년 61.2%에서 올해 71.3%로 높아졌다. ‘컬리가 팔면 믿고 산다’는 충성고객 덕분에 자체 브랜드인 컬리스 매출은 1~8월에 전년 대비 260% 증가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이커머스 가운데 이베이코리아와 더불어 몇 안되는 영업흑자 기업이다. 2011년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들이 모여 오프라인 마트 사업을 시작한 뒤 2018년 새벽배송을 선보였다. 작년 매출은 2590억원으로 마켓컬리의 4분의 1이지만 100억원의 흑자를 냈다. 오프라인 매장 50여개를 통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고 20명의 상품 바이어가 생산자를 발굴해 중간 판매자 없이 직배송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 내부 모습. / 오아시스마켓 제공

일각에서는 3사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점만큼 한계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유통산업발전법상(유통법)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자정 이후 영업금지’ 규제를 적용 받아 이 시간 동안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없다. 쿠팡이 전국 물류센터를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SSG닷컴은 2025년까지 물류에 1조원을 투자하고 쿠팡에 비해 부족한 비(非)식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는 영업 적자가 2017년 124억원에서 작년 1162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커머스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식품기업들도 자사몰을 강화하며 마켓컬리를 위협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재고 관리가 까다롭고 물류센터가 수도권에만 있다는 점도 한계다. 마켓컬리는 올해 배송권역을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확대하며 CJ대한통운(000120)의 물류망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농협경제지주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농협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식품 이커머스라는 공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로 SSG닷컴, 마켓컬리와 비교되지만 매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경쟁사에 비해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아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오히려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좋게 보는 시각도 있다. 매출 대부분이 신선식품에서 나오는데 회사 측은 지난달 중순 안마 기계, 주방 가전, 생활 가전 등 500여종에 대한 렌탈 서비스를 시작하며 카테고리 확장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