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없는 생수병이 대중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생수 용기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 ‘상표 띠가 없는 먹는샘물(묶음제품)’과 ‘병마개에 상표띠를 부착하는 먹는샘물(낱개 제품)’의 생산·판매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다.
국내 생수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제주개발공사, 롯데칠성음료, 농심(004370) 등 이른바 생수 빅3는 지난 상반기에 무라벨 생수병 도입을 마쳤다. 그 외 생수 브랜드,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자체 브랜드(PB)도 최근 무라벨 생수병 도입에 동참하고 나섰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원F&B(049770)는 지난 8월 31일 페트병 몸체와 뚜껑에 라벨을 없앤 무라벨 생수 ‘동원샘물 라벨프리’를 출시했다. 라벨을 뗀 데 더해 500㎖ 생수병 기준 플라스틱 사용량도 기존 병과 비교해 26%가량 줄였다. 이마트(139480)는 지난 7월 5일부터 피코크, 노브랜드 등 PB 생수를 무라벨로 출시하고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는 무라벨 전환을 위해 제품명 및 수원지, 유통기한 등은 뚜껑에 표기하거나 개별 페트병 상단에 각인했으며 무기질 함량 등 상세 정보는 묶음용 포장에 기입했다.
무라벨 생수가 늘면서 소비자가 먼저 이 상품을 찾는 경우도 많다. 생수병 몸통은 ‘페트’, 라벨은 떼 내 ‘비닐류’로 분리배출해야 하는데, 무라벨 생수의 경우 라벨을 제거하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제주개발공사가 라벨을 떼고 출시한 ‘삼다수 그린’은 지난 7월 한 달간 삼다수 가정배송서비스(삼다수 애플리케이션)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장원석씨(32)는 “분리수거가 쉬워 무라벨 생수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라벨 생수는 생수업체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ℓ 생수 1통의 제조원가는 수질개선부담금, 뚜껑, 병 등을 포함해 100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병의 라벨을 떼는 것만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2ℓ짜리 생수병에 붙는 라벨 한 장당 무게는 0.8g 수준이다. 지난해 1월 무라벨 생수인 ‘아이시스 에코’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지난해에 총 1010만개를 판매했는데, 총 6.8t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생수병 라벨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 평균 가격이 1t당 145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롯데칠성음료는 생수병 라벨 제거만으로 약 1000만원의 비용을 줄인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수병 제조공정 변화로 초기 투자 비용이 소폭 오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생수업체들이 생수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사용량마저 줄이고 있어 비용은 더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선호와 비용 절감 효과로 무라벨 페트병은 식품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5월 라벨을 제거해 출시한 탄산수 ‘트레비 에코(ECO)’가 대표적이다. 식품회사 대상(001680)은 지난 8월 무라벨 페트병에 담은 간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라벨 페트병은 분리수거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줄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까지 준다”면서 “라벨 제거 분리배출 기준이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으로 강화되고 있는 만큼 무라벨 페트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