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마켓컬리가 후발주자인 오아시스마켓과 현대식품관 투홈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마켓컬리의 아킬레스건인 비(非)수도권 지역 새벽배송을 확대하고, 현대식품관 투홈은 마켓컬리의 차별화 포인트인 일요일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점유율 뺏기에 나섰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운영하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은 최근 서울 강남구, 성북구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일요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새벽배송을 월~토만 하는데, 앞으로는 토요일 밤 11시 전 주문 물량을 일요일 새벽에 배송한다.
‘일요일 새벽배송’은 그동안 마켓컬리의 고유 영역이었으나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시작으로 경쟁사가 하나둘 뛰어들며 입지가 줄고 있다. 마켓컬리는 밤 11시 이전 주문을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배송하는 ‘샛별배송’을 수도권, 충청에 한해서만 하는 대신 주 7일 배송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일요일 새벽배송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한 뒤 향후 대상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켓컬리와 함께 신선식품 새벽배송 양강으로 불리는 오아시스마켓의 추격도 맹렬하다. 오아시스마켓은 쿠팡, SSG닷컴과 달리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켓컬리와 주 고객층이 상당부분 겹친다.
오아시스마켓은 작년 매출 2590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한 마켓컬리의 4분의1 수준이지만 만년 적자인 마켓컬리와 달리 영업이익 100억원 흑자를 냈다는 강점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 40여개를 통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고 20명의 상품 바이어가 생산자를 발굴해 중간 판매자 없이 직배송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재야의 고수’라고 부를 정도로 눈에 띄는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 외형을 키워왔던 오아시스마켓은 올 들어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수도권 내 배송 사각지대로 불렸던 경기 평택, 오산, 안성과 충청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한 뒤 내년 상반기 경상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오아시스마켓이 이렇게 숨가쁜 이유는 이르면 내년 국내 주식시장 IPO 계획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했을 때만 해도 정확한 IPO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추가 선정하면서 “예정보다 상장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며 “아무리 늦어도 2023년에는 IPO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 벤처투자업계 1위사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66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4~5년 안에 IPO를 하기로 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마켓컬리의 초기 투자자였으나 지난 3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투자사와 회사 모두 지금으로부터 2~3년이 전자상거래 기업 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받을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오아시스마켓 매출이 4000억원을 넘고 내년에는 7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봤다. 김명주 연구원은 “풀필먼트 서비스(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를 본격화 하면 오아시스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고 베이커리 등 추가적인 자체 브랜드(PB) 상품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식품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9년 15%(17조원)에서 작년 21%(25조원)로 확대됐지만 전체 소매판매액 온라인 비중 30% 대비 낮은 수준이다. 교보증권은 식품 온라인 침투율이 내후년 30%로, 시장규모는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올해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의 성장성을 두고는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주력 타깃층이었던 30~40대 강남 주부들이 신세계, 현대가 프리미엄 식품관 배송을 강화하며 그쪽으로 많이 넘어갔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두거나 배송시간대를 확대하지 않는 이상 작년 만큼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