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전에는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 등 대규모 할인행사가 열리는 기간에 수요가 몰렸다면, 이제는 해외직구가 상시화된 추세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해외직구 거래액은 2016년 1조9079억원에서 2019년 3조6360억원, 지난해 4조1094억원으로 급증했다. 직구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업체들도 성장했다. 코리아센터의 해외직구 사업을 담당하는 몰테일의 작년 매출은 1821억원, 해외직구 건수는 71% 성장한 238만여 건을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 해외직구 매출이 전년 대비 48% 신장했다.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해외직구 특화 플랫폼 G9의 경우 해외직구 주요 카테고리 매출이 21% 증가했다. 노트북·PC(254%), 생활용품(100%), 여성의류(51%) 등의 판매가 돋보였다. 옥션에서는 가구·DIY 상품군이 369% 신장했고, 등산·아웃도어(203%), 영상·가전(121%), 장난감(63%) 등이 인기를 끌었다. 11번가에선 3월 한 달간 스포츠·레저 상품군의 해외직구 매출이 45% 상승했다.
◇”분유는 독일에서, 청소기는 중국에서” 세분화된 해외직구
최근 해외직구 트렌드는 건수가 늘어난 대신, 구매 제품의 부피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건수는 6357만건으로 전년 대비 47.9% 증가했다. 의류 구매 비중보다 음·식료품 비중이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2014년만 해도 의류 상품군이 전체 해외직구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47%)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식료품 비중은 18%에서 27% 늘었다.
코리아센터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봉쇄) 등으로 인해 디지털 제품의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물량이 부족했다”라며 “해외직구 과정이 쉬워지고 배송이 빨라지면서 여행지에서 먹었던 식료품 등 소소한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위주의 구매에서 유럽·중국 등으로 국가가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다. 작년 유럽 직구 거래액은 1조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해 처음으로 1조원대를 넘어섰다. 중국의 경우 가성비 제품 구매처로 인기를 끌면서 구매액이 24.4% 늘어난 8238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아마존’ 연합군 맞서 해외직구 사업 재정비
이커머스 업체들은 해외직구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1번가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연합해 해외직구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선 11번가가 아마존의 인기 제품을 대량 매입해 국내 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고객들이 구매하면 바로 배송을 해주는 풀필먼트(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서비스를 시행할 것으로 관측한다.
쿠팡은 중국에 상해 무한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미국에서만 하던 직구 사업을 지난달 중국까지 확대했다. 또 자사의 역량인 빠른 배송을 접목해 해외직구 배송 기간을 3~4일로 단축했다. 유료회원인 ‘와우’ 회원이면 중국 로켓직구 상품 중 한 개만 구매해도 무료 배송해 준다.
이베이코리아는 G9를 해외직구 특화 쇼핑몰로 설정하고 상품군과 직구 가능 국가를 늘리고 있다. 또 G마켓에 지난해 이탈리아 무역공사(ITA)와 손잡고 해외직구 전문관 ‘이탈리안 파빌리온’을 개설한 데 이어, 지난 2월 미국 최대 해외직구 플랫폼인 아이허브를 입점했다.
11번가는 이달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해외직구 상품의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직구 인기상품 2400만여 개를 선물할 수 있다. 몰테일은 명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유럽 물류센터를 강화했다. 지난해 영국과 스페인에 물류센터를 연 데 이어, 지난 2월 독일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이탈리아 상품기획(MD) 지점을 열었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해외직구 시장은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시장이었지만, 11번가와 아마존 연합군이 들어오면 지금보다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처럼 최저가, 배송비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