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문방구 앞 한쪽 구석에서 아이들의 동전을 노리는 작은 뽑기 기계를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일본에서는 대형 쇼핑몰에 전문 매장까지 들어서며 ‘가챠가챠’라는 캡슐토이 뽑기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캡슐토이 업계는 지난해 한 해 610억엔(약 5682억)이 훌쩍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아날로그 자판기의 일종인 ‘가챠가챠’는 어떻게 푼돈벌이, 특이업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일본가챠가챠협회 대표이사인 오노오 가쓰히코가 낸 신간 ‘가챠가챠의 경제학’은 캡슐토이 산업의 역사, 트렌드, 작동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가챠가챠를 찾는 이유는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는 재미다. 또 낮은 가격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도 인기 요인이다. 이 시장이 급성장된 배경에는 성인까지 만족시키는 고급스러운 품질, 수집가 심리를 잘 이용한 다채롭고 독특한 제품 시리즈 전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주요 고객층으로 최근 20~30대 젊은 여성을 포함한 어른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가챠가챠=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어린이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 고객만으로 시장이 확대되지는 않는다. 그는 “지금의 가챠가챠 시장은 성인 여성 고객의 증가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가챠가챠 비즈니스는 기업과의 협업이나 지역 활성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또 종이 캡슐 개발을 통한 환경보호, 캐시리스 같은 새로운 결제 시스템 도입 등 가챠가챠는 앞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많은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가챠가챠 비즈니스가 ‘경험 비즈니스’의 대표적 예시라고 보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두근거림’, ‘설레임’을 판다는 의미다. 머신에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는 행위는 분명한 경험 소비다. 저자는 “가챠가챠의 경우 기본적으로 초기 생산 수량밖에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한번 품절되면 앞으로는 더이상 구매할 수 없다는 일생의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세계관이 있어서 경험 소비이자, 감성 소비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챠가챠 업계는 1965년 여명기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붐을 거쳐, 제3차 붐을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일본에서 무려 2000만 개 이상 팔린 ‘컵 위의 후치코’라는 캡슐토이 열풍이다. 캡슐토이는 원래 인기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은 기존의 캐릭터를 상품화하였던 데 반해 ‘컵 위의 후치코’는 컵 가장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정장 차림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 여성들의 티타임 사진에는 어김없이 이 제품이 등장한다. 이는 제품이 단순한 물건이 아닌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감성을 자극할 아이디어 상품들이 가챠가챠 시장의 판도를 주도한다. 저자는 “제조사들은 새로운 가챠가챠의 소재를 찾고 한 달 단위의 다양한 기획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오노오 가쓰히코 지음|원선미 옮김 |인간희극|184쪽|1만7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