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사라져가고 있다. 편지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도 이와 동시에 커지고 있다. 메일, 휴대폰 문자와 같은 텍스트 메시지가 범람하고 펜보다 자판이 익숙한 시대에 내가 선택한 종이에, 내가 고른 펜으로, 나만의 글씨체와 스타일로 연출해내는 편지의 가치는 더 의미있는 것이 됐다. 그래서일까. 서울 연희동과 성수동에서 운영 중인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백승연 소설가의 신작 ‘편지 가게 글월’은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하는 힐링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유럽의 출판사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선인세를 보장하는 계약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0년 전통의 런던 최고 문학 에이전시인 PFD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 외 영국,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핀란드, 그리스, 브라질 등 12개국에 수출이 확정되기도 했다.
편지 가게 글월에는 독특한 서비스가 있다. 모르는 이와 한 통의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다. 펜팔 참여자는 모르는 누군가의 답장이 될 편지를 쓴다.
이 소설은 글월에서 일하게 된 한 여성이 다양한 펜팔 손님들을 만나고 편지의 가치를 경험해 나가면서, 과거와 마주하고 차분히 성장하고 소중한 이들을 새로이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다.
편지 가게 글월에는 서른세 통의 편지가 등장한다. 그중 일곱 통은 글월의 손님들이 소설 속 캐릭터들을 위해 쓴 펜팔 편지다. 텍스티와 글월은 독자에게 새로운 즐거움, 진실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올해 1월 18일부터 2월 18일까지 한 달간, 글월 연희점과 성수점을 찾았던 손님들로부터 편지를 응모 받았다. 총 34명이 참여했고, 작가는 작품의 맥락과 캐릭터의 사연에 부합하는 편지를 선별해 실었다.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좋은 힐링법은 무엇일까. 책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에, 내가 내 마음의 소리에 진실하게 다가가고 응답하는 것 아닐까”라고 묻는다. 모르는 이에게 받은 답장 편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독자들은 편지지를 펼치고 펜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출판사 가르잔티(Garzanti)의 소설 편집장은 “손글씨는 예술의 한 형태다. 자신과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예술이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종종 잊혀지는 아름다운 몸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편지가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상기시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백승연 지음 | 텍스티 | 424쪽 | 1만7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