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대 위기가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초 대비 금값이 그동안 많이 올라 고점을 찍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 금값 올해 35%나 올라…중국인 ‘골드러시’ 영향
지난 22일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6일(현지시각) 2.67% 급락했다. 국제 금값은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6.53% 하락하며 온스당 2747.7달러에서 2570.1달러까지 밀렸다. 2개월여 만에 최저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에 금값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보유국 지원을 받는 비(非)핵 보유국의 공격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교리’(독트린)를 변경했다. 이 때문에 금값은 지난 18일 1.73% 오른 데 이어 19일 0.63% 추가 상승하며 온스당 2631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0월 23일 2758.42달러까지 치솟았을 때를 기준으로 연초에 비해 35%가량 상승했다. 최근에는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고, 미국 대선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값이 다시 매력적인 가격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한 상품인데, 트럼프 집권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추가수익을 누릴 수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기투자의 매력이 있다”며 “다만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지금 투자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수 시점을 나누는 분할 매수가 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 시기일 때, 전쟁이 닥친 위기 상황일 때, 달러가 약세일 때에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올해는 부동산 위기로 불안한 중국인들이 ‘골드러시’로 불릴 만큼 금 실물을 사 모은 영향이 컸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올해 금값 랠리의 원인이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금값을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원용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지점 GOLD PB부장은 “금 시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시장인데, 올해 시장을 주도했던 중국인들이 최근 들어 매수를 줄이고 있고 금값은 일반적으로 달러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정설이다”라며 “또 비트코인 등 금을 대신할 수 있는 상품도 있기 때문에 금값은 단기적으로 ‘꼭지’를 찍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KRX 금 시장, 가장 접근성 좋고 세금 부담도 덜 해
금 투자 방법은 실물 보유 여부에 따라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나뉜다. 실물 보유가 가능한 직접투자는 첫째 골드바 등 실물을 직접 사고파는 금 실물 투자, 둘째 은행의 골드뱅킹 이용, 셋째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이용 등이 있다. 금 선물 투자 그리고 금 채굴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가능하지만 이 방식은 투자자가 금 실물을 보유할 수 없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 중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세금 부담이 덜한 것은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주식처럼 증권사에 금 투자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통해 사고파는 방식인데, 투자 수익에 양도소득세 등이 붙지 않는다. KRX 금 현물 투자 후 금 실물로 인출을 원하면 100g, 1kg 단위의 골드바로 인출할 수 있다. 금 실물로 인출 시 10%의 부가가치세와 골드바 개당 2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간접투자는 대부분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 많다. 금 현물 투자 ETF는 현물지수 추종을 위한 금 매입 및 보관 비용이 발생하고, 금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는 실물 보관 비용 부담 때문이다. 다만 금 선물 투자 ETF는 선물 계약을 갱신할 때 비용(롤오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금 선물 가격이 오른 지난달 관련 ETF 수익률은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10월 들어 ‘TIGER 골드선물(H)’은 2.4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 골드선물(H)’도 2.36%의 수익률을 보였다. 두 ETF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상장돼 거래되는 금 선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지수(S&P GSCI Gold)를 기초로 하는데,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0월 들어 COMEX에서 3.37%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