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성공하면서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킹달러 시대 추천 상품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환노출형을 꼽았다. 환노출형 상품은 수익률이 달러 가치에 영향을 받아 달러가 강세일 때 환헤지형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미국S&P500TR’은 7.32%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TR0(H)’는 3.23% 오르는 데 그쳤다.

환노출형 ETF인 ‘KODEX 미국S&P500TR’도 최근 1개월간 7.20% 상승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형 ETF인 ‘KODEX 미국S&P500(H)’의 수익률은 3.69%로 환노출형 상품의 상승률이 2배 가까이 웃돌았다.

환노출형은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 상품이다. 수익률이 달러 가치의 영향을 받는 환노출 상품은 기초자산 상승분에 환율 효과까지 누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환헤지형은 환율을 고정하고 투자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는 구조다. 환헤지형은 환율 하락 시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환율 상승 시기에는 수혜를 입지 못한다. 환헤지형은 환노출형과 달리 연 2~3% 수준을 헤지 비용으로 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변동성이 클수록 헤지 비용도 커진다.

미국 대선 이후 뚜렷해진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며 1410원을 돌파해 연고점을 재경신한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는 앞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지난 14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408.8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장중 1413.5원까지 올랐던 지난 2022년 11월 7일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에 탄력을 더했다.

지난 18일에는 1395.2원을 기록하며 종가 기준 2거래일째 1400원을 밑돌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에 대규모 관세와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 등이 더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원용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지점 GOLD PB부장은 “환율은 각 나라의 경제체력이라고 여겨지는데, 한국의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고 한국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 가까이 차이가 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원화뿐 아니라 유로나 엔화, 위안화 등도 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지난 한 달보다 환율 변동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지만 달러가 1500원, 16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1300~1400원대에서 굳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서 부장은 “환율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해외투자 시에는 환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도 “1300원~1400원대에서 환율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환율을 고정해 놓는 환헤지형 상품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