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고금리 시대가 끝나고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곳 잃은 대기성 자금이 파킹형 ETF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킹은 말 그대로 ‘차를 잠깐 주차하듯’ 자금을 잠시 맡겨만 둬도 일반 계좌보다 많은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하루 단위로 수익률이 계산되는 만큼 단기 자금을 운용하기 좋은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3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자금 순유입이 가장 많은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머니마켓액티브’로 4772억원이 유입됐다. 이어 하루만 투자해도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하루치 금리 수준을 수익으로 받을 수 있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과 초단기 CP·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1Q 머니마켓액티브’에도 각각 4641억원, 3059억원이 들어왔다. 한 달간 순자금 유입액 1~3위를 전부 파킹형 ETF가 차지했다.
파킹형 ETF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등 초단기 채권의 금리를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하는 상품이다. 파킹통장과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하는데 타행 계좌로 번거롭게 이체할 필요 없이 증권사 계좌에서 바로 매수할 수 있는 만큼 주식 대기자금을 보관하고자 하는 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예금 대신 이 상품을 찾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예금과 달리 중도 환매가 자유롭다는 게 특징이다. 5대 은행 기준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초반까지 내려앉은 만큼 금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 CD금리, KOFR, SOFR?… 최고 기초금리 4.82%
파킹형 ETF는 현재 총 16개가 상장돼 있다. 상품별 이름을 살펴보면 크게 CD,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 키워드가 눈에 띈다. 바로 해당 상품들이 추종하는 CD, KOFR, SOFR 금리를 뜻한다. 우선 CD금리란 은행이 단기자금 조달 시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이다. 양도성예금증서란 은행이 예금을 맡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증서이며 누구에게나 양도가 가능하다. CD 만기는 통상 91일물이며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국채보다는 위험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국채보다는 높은 수준에 금리가 형성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CD 91일물 금리는 3.43%로 기준금리(3.25%)보다 높았다.
KOFR은 기관 간의 환매조건부채권(RP)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산출한 금리다. 익일물 국채·통화안정채권(통안채)을 담보로 하는 만큼 무위험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제공한다. 하루짜리이기 때문에 만기가 91일인 CD금리보다 안정적이다. 다만 그만큼 기대수익률은 낮다. 지난달 30일 기준 KOFR은 3.22%로 CD91일물보다 0.20%포인트가량 낮았다.
SOFR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금리다. 지난달 31일 기준 SOFR 금리는 4.82%에 이른다. 미국 기준금리(5.00%)가 한국보다 높은 만큼 국내 대비 높은 수익률이 강점이다. 다만 이 상품은 환노출 방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 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반면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시점이라면 고금리에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만큼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 세금 줄이려면 ISA·퇴직연금 계좌로… 예금자보호 대상 아냐
파킹형 ETF를 매수할 때는 인출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중개형 ISA, 개인연금, 퇴직연금(DC·IRP) 계좌를 이용하는 게 좋다. 특히 중개형 ISA 계좌를 통해 매수할 경우 200만원 수익까지는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고 200만원 초과분에도 9.9%의 세율이 부과되기 때문에 동일한 금리 수준의 예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연금계좌를 통해 매수할 경우 IRP 900만원, 연금저축 600만원, IRP와 연금저축 합산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퇴직연금(DC·IRP)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퇴직연금 계좌는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무조건 30% 이상을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대부분의 파킹형 ETF의 경우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70%까지만 매수할 수 있다. 이 상품들은 직접 실물 채권을 운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관과 스왑 계약을 맺고 위탁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혼합자산형 펀드로 분류돼 위험자산에 속한다. 반면 파킹형 ETF 중 ‘KODEX CD금리 액티브(합성)’, ‘TIGER KOFR 금리 액티브(합성)’, ‘KB STAR 머니마켓액티브’, ‘SOL 초단기 채권 액티브’ 등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투자 상품인 ETF는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품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SOFR은 환율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안정성이 매우 높은 CD금리나 KOFR은 상품이 손실이 났다는 것은 각 상품이 추종하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대공황급 상황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그때는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모든 자산이 폭락했을 테니 사실상 일반적인 파킹형 ETF로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