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가 1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상속받았다. 김씨는 1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대출을 받을까 고민하다,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이미 거주 중인 아파트 1채가 있는 데다, 2주택 보유로 인해 세 부담만 커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도소득세다. 상속세에 양도세까지 내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상속받은 부동산을 보유할지, 처분할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부동산을 처분할 때 매겨지는 양도세는 상속인의 ‘보유 주택 수, 주택 매도 순서, 매도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상속인이 무주택자라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이미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김씨의 사례를 통해 상속 후 주택 매도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게 좋을지 살펴보자.

◇ 기존 주택 우선 매도 시 ‘1세대1주택 비과세’ 특례 적용

2주택자가 된 김씨가 상속 받은 주택이 아닌 기존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세 걱정을 덜 수 있다. ‘상속 주택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시행령 155조 제2항은 상속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 기존 주택을 양도할 시 1주택자로 간주해 ‘1세대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이 사망한 날) 기준 1세대1주택자가 ▲주택 1채만 물려받은 뒤 ▲기존 주택을 매도한다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총족해야 한다.

이때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는 시한은 없다. 상속 후 언제든 매각해도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1세대1주택 비과세 요건은 ‘2년 이상 보유(취득 당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은 2년 이상 거주), 주택 가격 12억원 이하’다. 김씨는 기존 주택을 취득한 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상속 이후 1년을 추가 보유한 뒤 기존 주택을 팔면 양도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올해 발간한 ‘상속·증여 세금 상식’에서 김씨와 같이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각각 주택 1채를 보유한 사례를 들며 “기존 주택을 먼저 양도하는 것이 세금 상 유리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상속인과 공동으로 상속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비과세 요건을 갖춘 기존 주택을 먼저 양도하는 경우 양도세가 과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상속 주택 6개월 내 처분하면 양도세 0원

그렇다면 김씨가 상속 주택을 먼저 처분할 경우 양도세는 어떻게 매겨질까. 상속 주택을 먼저 매도하는 경우엔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럴 땐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 주택을 파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김씨가 11억원에 상속 주택을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양도가액’은 11억원이다. 양도세는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에 매기는 세금이다. 취득가액이 얼마냐가 관건인데, 김씨가 상속을 통해 받은 재산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내 시가’로 평가된다. 즉 ‘취득가액’도 김씨가 주택을 판 가격인 11억원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1억원-11억원=0원’이 돼 김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없다. 6개월 이후에도 양도차익이 없다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나, 6개월 내 처분 시 상속세·양도세가 매겨지는 양도가액을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문가는 상속 주택 매도 시 예상 상속세와 양도세의 합을 계산해 총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절세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정주용 세무법인 조이택스 대표 세무사는 “김씨가 상속 주택을 11억원보다 낮은 10억원에 처분하면 상속세는 그만큼 줄어드는 대신, 향후 이 주택을 11억원에 팔 때 차익 1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한다. 반대로 양도가액을 높이면 상속세는 늘어나나 양도세는 줄어들 수 있다”며 “상속 공제 한도 등을 고려해 상속 주택 매도 시기, 양도가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내년 5월 9일까지 피할 수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를 더 매긴다. 현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