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직장인 6년 차 김희선(33·)씨는 지난달 주식 등을 처분해 생긴 1000만원을 은행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3% 초반대까지 내려가자 4~5% 금리를 주는 신종자본증권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본격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김씨는 “금리 하락기 자투리 돈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는데 신종자본증권으로 고금리 막차를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종자본증권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하이브리드 증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증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 원금이 자동으로 상각(손실처리)되거나 보통주로 강제 전환되는 회사채다. 이 때문에 조건부자본증권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앞 글자를 따서 코코본드라고도 한다.

신종자본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하기에 주로 금융사가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한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일부 기업도 자금조달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일 JB금융지주, 12일 NH농협금융지주, 25일 신한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금융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총 3조2580억원 규모로 집계됐는데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자마자 완판되고 있다.

◇ 금리 하락기에도 연 5%…예·적금보다 높아

신종자본증권 인기 비결은 정기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다. 신종자본증권은 선순위, 후순위보다 변제 순위가 더 뒤인 후후순위 채권인 만큼 회사채 등 다른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에 발행된다. 특히 최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매력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대 금리를 포함해 연 5%대 이자를 주는 은행 예금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연 4%대 상품도 찾기 어렵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상품 금리(1년 만기)는 연 3.35~3.40% 수준이다.

반면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최소 연 4%에서 최고 5%까지다. 올해 발행된 금융권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연 3.89~5.10%이었다. 금리 인하로 채권 가격이 오르면 중도에 매매 차익까지 가져갈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표면 만기가 보통 30년이지만 발행 뒤 5년이 된 시점에 발행자가 상환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시장 관행이 됐다. 발행 후 5년 뒤면 회사들은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면 5년간은 연 5% 안팎의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반기 금리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어도 앞으로 5년은 연 4%대 금리에 묶어둘 수 있어 고금리에 자금을 묶어두길 원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그래픽=손민균

◇ 주식처럼 손쉽게 매수… 위험 요소도 살펴야

신종자본증권은 은행 창구나 증권서 지점에서 가입하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손쉽다. 은행에서 가입할 경우 보통 1000만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으로는 최소 1000원 단위로 살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상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나눠 받으면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사를 통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위험성도 존재한다. 신종자본증권은 후후순위 채권인 만큼 발행기업이 파산하는 경우 일반 채권은 물론 후순위채보다 변제 순위가 밀린다. 금융권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비교적 안정적 투자처로 분류하지만, 발행사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실회사로 지정받을 경우 이자 지급이 정지되고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원금 상환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반발이 거세자 입장을 번복하고 예정대로 이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발행사가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원금을 예상보다 늦게 회수할 수밖에 없다. 또 콜옵션 행사 시점이 5년으로 중·장기적으로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도에 상품을 환매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