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이모(33)씨는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르자 신혼집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씨와 예비 신부 모두 취업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아 모아둔 돈이 부족했다. 양가 부모는 주택 자금을 지원하고 싶었지만 수천만원의 증여세가 걱정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는 먼저 결혼한 지인으로부터 혼인 시점에 1억원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년간 5000만원의 증여세 공제까지 포함하면 총 1억5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다. 이씨와 예비 신부는 양가 부모에게 1억5000만원씩 3억원을 세금 없이 증여받아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6월 기준 평균 5억2667만원이다. 중위가격은 아파트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가격을 의미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20~30대 청년이 마련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주택비용 증가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세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부터 혼인과 출산 장려를 위해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도입했다. 혼인 증여재산공제의 경우 혼인신고일 전후 2년 내, 출산일 이후 2년 내 직계존속이 직계비속에게 증여하면 기존 5000만원의 증여재산공제와 별개로 1억원까지 추가 증여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거 10년 동안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없다면 결혼 시점에 1억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방식으로 양가 부모의 지원을 받으면 3억원의 목돈을 세금 없이 증여받는 셈이다.
만약 결혼 계획이 없는 자녀에게 1억5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율 10%(5000만원 공제)를 적용해 1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부가 모두 1억5000만원을 증여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2000만원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혼인·출산공제의 또 다른 장점은 증여 재산의 종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현금과 부동산, 주식 등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1억원 내에서 증여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현금 대신 앞으로 가치가 오를 수 있는 자산을 증여하는 ‘저점 증여’도 노려볼 만하다.
저점 증여는 자산가들의 오랜 주식 증여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가치가 오를 자산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증여해 자녀 재산 증식을 돕는 방식이다.
혼인·출산공제는 세대생략 증여도 가능하다.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자식을 건너뛰고 손자녀에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이다.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증여세 산출세액의 3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해 증여세를 책정한다. 미성년자인 손자녀에게 20억원을 초과해 증여한다면 40%를 할증한다. 혼인·출산공제는 조부모에게 증여받은 재산도 1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조부모가 물려줄 재산이 있다면 혼인·출산공제를 활용해 증여세와 할증 없이 세대생략 증여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혼인·출산공제 대상은 혼인신고일 전후로 2년, 혹은 아이를 출산한 때로부터 2년 안에 증여받는 경우다. 혼인과 출산 모두 각각 면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통합해 한 번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비혼모·비혼부도 지원대상에 포함한다.
증여가 이뤄지는 경우 공제금액 이내라 하더라도 증여세를 신고하는 것이 좋다. 증여세 신고를 한 금액은 언젠가 필요한 경우 자금 원천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함 점도 있다. 혼인신고 전 결혼·출산 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은 사람이 이후 2년 안에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즉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 결혼·출산 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은 후 2년 이내에 실제 혼인관계증명서상 혼인신고 여부를 확인해 국세행정시스템(NTIS)에 입력하고 사후관리를 종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