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박빙 승부 끝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가운데, 양측의 현수막 전략 차이가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 캠프는 서울 25개 자치구의 주요 현안을 427개 행정동 단위까지 쪼개 현수막 문구에 반영한 반면, 정 후보 측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협업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주로 내세웠다.
10일 소셜미디어(SNS)와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 시장과 정 후보가 선거 기간 서울 시내에 내걸었던 현수막을 비교한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오 시장의 현수막에는 지역별 개발·교통·공원 조성 등 생활밀착형 현안이 담긴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정 후보의 현수막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일 잘하는 서울시장' 등 중앙정부와의 협업을 강조하는 문구가 주로 적혔다.
실제 오 시장의 현수막 문구는 같은 자치구 안에서도 행정동별로 달랐다. 노원구 상계10동에는 '상계·창동 동북권 경제 거점 조성'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상계2동에는 '일반주택 재개발사업 신속 완성'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동작구 사당1동과 사당5동에는 각각 '이수~과천 복합터널 착공, 교통문제 원스톱', '까치산 근린공원 생활밀착형 공원으로 조성'이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정 후보 측 현수막은 지역별 차별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 문구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일 잘하는 서울시장', '재개발 재건축 착착개발로 더 빠르게 안전하게' 등이었다. 정 후보 측은 여당 후보로서 중앙정부와의 협업 능력을 강조했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구체적 변화상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현수막 전략 차이가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49.22%, 257만5819표를 얻어 48.07%, 251만5560표를 기록한 정 후보를 앞섰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15%포인트, 6만259표에 불과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직무정지 상태였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서울시와 지역 현안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 3선 경력이 강점이었지만, 서울 전역의 동 단위 현안을 오 시장만큼 촘촘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 막판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초접전 구도에서 생활밀착형 메시지가 유권자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 구도 못지않게 유권자가 사는 지역이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주는 선거인 만큼, 지역 현안을 구체적으로 짚은 현수막이 오 시장의 안정감과 실행력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오 시장 캠프 측도 지역별 맞춤형 메시지 전략을 의도적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관계자는 "서울 전체 427개 행정동에 2개씩, 총 854개의 선거 현수막을 제작해 내걸었다"며 "각 현수막에 최대한 지역 현안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