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자마자 누가 비서실장으로 온다, 어느 국장이 승진할 것 같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공무원들은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

6·3 지방선거로 지방권력 지형이 뒤집히면서 지자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광역 16곳 중 8곳에서 단체장 정당이 바뀌었고, 기초단체장 선거도 4년 전과 정반대 흐름을 보였습니다. 새 단체장 취임 전까지 현직 단체장과 당선인 인수위가 한 달간 불편한 동거에 들어가면서 비서실장·정무라인·산하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도 벌써 무성합니다. 반면 현직 단체장이 자리를 지킨 지역은 기존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광역 8곳 국힘서 민주당으로… 인수위 앞두고 지자체 긴장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직 광역단체장과 다른 정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은 강원, 대전, 부산, 세종, 충남, 충북, 울산, 인천 등 8곳입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이끌던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입니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 /뉴스1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변화의 폭이 컸습니다. 전국 227곳 가운데 민주당은 119곳, 국민의힘은 95곳에서 승리했습니다. 4년 전 민선 8기 선거에서 226곳 중 국민의힘이 145곳, 민주당이 63곳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판세가 크게 뒤집혔습니다. 광역단체뿐 아니라 시·군·구 단위에서도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진 것입니다.

당선인들은 취임 전 인수위원회를 꾸릴 수 있습니다. 인수위는 지자체의 조직과 예산, 주요 현안, 공약 이행 계획을 점검하는 기구입니다. 공식 활동 기한은 취임 이후 20일 범위까지입니다. 이 기간 현직 단체장의 남은 임기와 당선인 측 인수위 활동이 겹칩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 /뉴스1

단체장이 바뀌는 지자체에서는 예산, 조직개편, 주요 사업 자료 제출 등을 놓고 미묘한 긴장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선인 측은 취임 전부터 전임 단체장의 역점 사업과 예산 집행 상황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현직 단체장 측은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인수위의 자료 요구와 현안 보고에 대응해야 합니다.

공무원 조직도 난감한 처지입니다. 이달 말까지는 현직 단체장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곧 출범할 새 단체장 체제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당이 바뀐 지역에서는 개발 사업, 교통 정책, 산업 육성 전략, 복지·재정 운용 방향 등 주요 현안의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체장이 교체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현직 단체장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앞으로는 신임 단체장을 보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행정 조직이 두 단체장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캠프 출신 요직설에 공직사회 촉각

단체장 교체 지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은 인사입니다. 선거 직후부터 당선인 캠프 출신 인사들이 비서실장, 정무라인, 산하기관장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당선인과 과거 인연이 있는 공무원이나 외부 인사가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공직사회에서는 국장급 이상 승진과 주요 보직 이동을 두고도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 조직개편과 함께 핵심 부서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임 단체장 시절 추진된 사업을 담당했던 간부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새 단체장 공약과 가까운 부서가 힘을 받을지도 관심사입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바뀌면 인사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며 "특히 정당이 바뀐 지역은 당분간 조직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경남·경북은 정책 연속성… 대구는 권한대행 공백 메우기

단체장이 바뀌지 않은 지역은 기존 정책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상 첫 5선에 성공하면서 한강버스, 감사의정원, GTX-A 관련 보수 공사 등 그동안 추진해 온 주요 사업은 중단보다 보완·추진 쪽으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서울 여의도 선착장에 정박하는 한강버스. /뉴스1

선거 기간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 시장의 핵심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강버스에 대해서는 안전 문제가 확인될 경우 매몰 비용이 들더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감사의정원은 조형물을 전쟁기념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철근 누락 사태가 불거진 GTX-A 보수 공사에 대해서도 책임 규명과 공사 일시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오 시장이 다시 당선되면서 이들 사업은 전면 재검토보다는 안전성 보완, 책임 규명, 일정 조정 등을 거쳐 계속 추진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정책 연속성을 앞세워 기존 사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

경남과 경북도 현직 단체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주요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했습니다. 경남은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산업 육성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산업 구조 고도화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경북은 신공항 착공과 관련 인프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 /뉴스1

대구는 장기간 이어진 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끝나는 만큼 새 시장 체제에서 밀린 현안을 정리하는 데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홍준표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4월 11일 중도 사퇴한 뒤 대구는 1년 2개월가량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습니다. 추경호 당선자는 취임 이후 신공항 착공,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굵직한 현안에 우선적으로 힘을 실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