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대학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대자보 게시 움직임도 나타났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등 여러 대학 학내 커뮤니티에는 전날 치러진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지난 3일 오후 9시 28분쯤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재선거 희망 여부를 투표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4일 오전 9시 20분 기준 281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58명(91.8%)이 '재선거해야 한다'는 항목을 선택했다고 한다.

서울대 커뮤니티에는 대자보 형식의 글도 올라왔다. 한 익명 학생은 '우리는 왜, 이번에는, 조용한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투표가 내가 이길 때에만 지키는 것이라면 그건 원칙이 아니다"라고 썼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4일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연합뉴스

연세대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실명 성명서가 학내 커뮤니티에 게시됐고, 서명 운동도 시작됐다. 작성자는 "시민의 참정권이 국가 기관의 무능으로 침해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 사건"이라며 "총학생회는 6·3 지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규탄 및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하는 학생총회를 즉각 직권 소집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서 작성자는 총학생회가 이를 거부할 경우 학생 자치 의결 기구가 비상대책위원장단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성명서 작성자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53분 기준 서명 운동에는 27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참정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사학과 24학번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4일 오전 5시 48분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행정의 신뢰성을 저해하고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에 차질을 빚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 학생은 "지금 즉시 선거를 중지하고 이를 연기하거나 전체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헌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절차를 마무리한 뒤 사후에 법적 절차를 통해 선거 무효 여부를 다투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성균관대 학내 커뮤니티

성균관대의 한 석사과정생도 실명으로 '절차의 정당성이 무너진 선거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형식 글을 학내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기된 투표용지 부족, 투표 지연, 투표함 반출 대치 문제는 선거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서강대에서도 한 재학생이 "국가는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용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권 행사를 거부당했고, 민주주의의 꽃이 꺾이고 말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앞서 지난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는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로 용지를 이송했고,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대기 중인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4일 새벽 회의 뒤 이번 사안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행 중인 개표를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