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 청사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강정아 기자

4일 오전 11시 30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 하늘이 흐린 가운데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구호 소리는 줄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선관위를 향해 "부정선거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선거 척결'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도 있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3 지방선거)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 절차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면서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수백명의 시민이 밤샘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 청사 입구를 경찰관들이 막고 있다. /강정아 기자

◇"부정선거 원천 무효" "체포하라"… 수백명 항의 집회

경찰 30여명이 선관위 청사 입구를 지켰다. 경찰들은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안전사고 예방 방송을 이어갔다. 구호를 외치는 확성기 소리와 뒤섞였다.

시위는 전날 밤부터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였다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개인 방송을 통해 집결 장소를 선관위 청사로 제시하면서 인파가 몰려들었다. 경찰 추산으로 집회 인원이 한때 12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선관위 청사 앞 간이 무대에 오른 전씨는 "서울시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현상은 이미 부정 투표용지로 사용됐기 때문 아니냐"며 "이는 부정선거를 의심할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4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 청사 앞에 시위대가 마련한 간이 무대에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앉아 있다. /강정아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부정선거론'에 기름 부어

선관위 청사 앞 시위 참가자들도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 한 시민은 무대에 올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도 스스로 (당선을) 무효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시위대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체포하라" "부정선거 규명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부정선거론'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12개 투표소를 비롯해 강남구, 광진구, 인천 연수구, 경기 화성시 등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4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 청사 앞 시위대 주위를 경찰관들이 줄지어 순찰하고 있다. /강정아 기자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시간을 전날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연장했고, 시위대가 몰리면서 이날 오후 1시 30분까지도 투표함을 반출하지 못하고 있다.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2개에 약 2000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서울선관위는 추산했다. 서울선관위는 해당 투표함 개표까지 마쳐야 오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허철훈 사무총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선관위는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쳤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개표가 종료되는 대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