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흉기 살인 사건으로 숨진 10대 여고생의 유족이 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고교생 살인사건 피해자 A양이 아니라 이채원으로 기억해 달라"는 것이 유족의 바람이다.

1일 광주일보와 MBC에 따르면 고(故) 이채원(17)양의 아버지 이모씨는 "사건보다 채원이의 이름이 기억되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채원양이 사용하던 방은 사건이 발생한 날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교복은 옷걸이에 걸려 있고, 책상 위에는 교재와 학용품이 정리된 채 놓여 있다. 태블릿에서는 생전 채원양이 즐겨 듣던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버지 이씨는 사건 당일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했다. 평소 학원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던 딸에게서 그날은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불안했지만,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강력범죄 피해를 당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도 교통사고인 줄 알았다"며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故) 이채원(17)양의 초상화./MBC 보도화면 캡처

채원양은 응급구조학과 진학을 희망하며 사람을 살리는 일을 꿈꿨다고 한다. 직접 입시 상담을 알아보고 진로를 준비할 만큼 목표가 뚜렷했다는 것이 유족의 설명이다.

아버지는 "사춘기라고 할 만한 시기도 없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다"며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속을 썩인 적이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유족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촉구했다. 어머니 최모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부모밖에 없더라"며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잊히지 않게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채원양의 49재에 맞춰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채원양은 지난달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 인근 인도에서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당시 현장을 목격하고 도움을 주려 달려온 남고생도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장윤기의 신상정보를 공개했으며, 검찰은 범행 경위와 계획성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