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한 사주 카페. 사주 분석가 A씨는 재물운을 보러 온 직장인에게 "SK하이닉스(000660) 같은 종목이 오른다고 무작정 따라 들어가기보다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처럼 분산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A씨는 최근 들어 연애운이나 건강운보다 재물운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증시가 오르면서 투자 관련 상담 문의가 많아졌다"며 "투자를 시작해도 좋을지 묻는 사람부터 손실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사주카페에서 투자 성공을 기원하는 '행운 부적'을 판매하고 있다. /강정아 기자

◇급등락 장세에 점괘 보는 개미 늘어

국내 증시 활황 속에 개미(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주·타로 등 점술을 통해 투자 조언을 얻으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종목 추천 자체를 맹신하기보다는, 급등락 장세 속에서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 안모(37)씨는 최근 종로구의 한 사주집을 찾아 재물운을 물어봤다. "올해 하반기까지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말을 듣고 보유 중인 주식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 안씨는 "당연히 사주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계속 들고 가고 싶던 마음에 일종의 확신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투자 운세'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30대 투자자 B씨는 최근 주식타로 상담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 블로그를 매일 방문해 투자 운세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개설된 이 블로그에는 개인별 재물운과 투자 성향을 분석해 유리한 산업군이나 투자 스타일을 추천하는 글이 올라온다.

블로그 운영자는 "기술적 분석이 차트를 읽는 것이라면 명리학과 타로는 투자 타이밍을 읽는 방식"이라며 "매수와 매도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주식 타로' 검색 관심도는 이달 들어 연중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주카페. /강정아 기자

◇1.4조원 규모 점술 시장… 증시 훈풍에 투자 운세도 인기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점술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점술 및 유사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1만950개로 집계됐다. 3년 전보다 21.3%(1922개)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도 9711명에서 1만1593명으로 19.4%(1882명) 늘었다. 업계에선 국내 점술 시장 규모를 1조4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젊은 층 사이에선 '좋은 기운'을 얻겠다며 산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최근 재물운 명소로 알려진 관악산과 인왕산 등에 투자자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 달에 두 차례씩 관악산을 오른다는 장모(36)씨는 "건강 관리도 하고 좋은 기운 받아 계좌도 힘을 받길 기원했다"며 "정상에서 '야호' 대신 '가즈아'를 외치기도 한다"고 했다.

20대 직장인 이모씨 역시 "주말마다 아차산을 오르는데, 얼마 전 관악산이 재물운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녀왔다"며 "지난해 코인으로 손실을 봤는데, 올해는 주식 투자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증권사도 운세 서비스 제공… "과도한 의존 말아야"

투자자 관심이 커지자 금융권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는 '키움 운세' 서비스가 있다. 사주 정보를 입력하면 하루 재물운을 확인할 수 있다.

토스도 앱 내에 '투자도령: 투자운세' 서비스를 제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관심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궁합이나 기업 본사 위치의 풍수지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권이 투자 심리와 흥미 요소를 결합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홍콩계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매년 'CLSA 펑쉐이(Feng Shui·풍수) 지수'를 발표한다. CLSA 펑쉐이는 붉은 말의 띠인 올해 홍콩항셍 지수가 이달 초까지 지지부진하다가 이후부터 본격적인 상승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투자 판단을 점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수요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검증되지 않은 조언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확증편향에 빠지거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스스로 투자 원칙과 리스크 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