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신상 포켓몬빵 재고가 있는지 묻자 점주는 이렇게 답했다. 빵이 놓이는 매대 한쪽이 텅 비어 있었다. 삼립이 포켓몬스터 시리즈 30주년을 맞아 출시한 '포켓몬빵'이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 나간 자리였다.
주변 편의점 10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날 저녁 입고된 포켓몬빵이 물량이 대부분 이미 동났고, 일부 매장만 소량 남아 있었다. 포켓몬스터 굿즈를 모아 온 직장인 김모(25)씨는 "편의점을 세 군데 넘게 돌았는데도 못 구했다"며 "중고 거래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오리지널 일러스트 살린 띠부씰에 팬덤 '들썩'
이번 품절 대란의 주인공은 삼립이 포켓몬스터 시리즈 30주년을 맞아 출시한 신상 포켓몬빵 5종이다. 전국 편의점과 마트,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팔리고 있다.
빵 속에 들어 있는 '띠부씰(스티커)'이 열풍의 원동력이다. 이번 신제품에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시작인 1996년 닌텐도 게임보이용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기반 띠부씰 100종이 무작위로 들어 있다.
특히 포켓몬의 대표 아트 디렉터인 '스기모리 켄'의 작화를 살려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기존 띠부씰보다 선이 얇고 채도가 낮아 손그림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
◇SNS선 '포켓몬빵 성지' 공유되기도
포켓몬스터 팬덤은 신상 띠부씰을 구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물량이 많은 편의점을 뜻하는 이른바 '포켓몬빵 성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미리 발주를 늘려 포켓몬빵 495개를 확보했던 한 편의점은 하루 만에 450개 가까이를 팔았다. 해당 편의점 점주 김모(36)씨는 "신상 제품을 둘러보던 중 향수를 자극하는 띠부씰을 보고 최대 수량을 주문했다"며 "물류가 도착하는 오후 9시 30분 전부터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도 정식 출시 전 진행한 사전 예약 물량 1만1000개가 이틀 만에 완판됐다.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30대였다고 한다.
검색량도 급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전날 '포켓몬빵' 검색량은 최근 3년 중 최고치를 찍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이달 들어 검색량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포켓 CU'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포켓몬빵이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포켓몬 30돌, 편의점부터 성수동·한강까지 인파
포켓몬빵 열풍은 처음이 아니다. 1998년 첫 출시 당시에도 띠부씰 수집 열풍 속에 큰 인기를 끌었다. 2006년 단종됐다가 2022년 '돌아온 포켓몬빵'으로 재출시됐을 때 역시 편의점마다 '오픈런'과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이번 30주년 띠부씰 역시 출시 직후 중고 거래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희소성에 따라 장당 가격은 2000원에서 3만원 수준까지 형성됐다. 일부 거래 플랫폼에선 특정 띠부씰 교환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열풍은 빵을 넘어 오프라인 행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포켓몬 30주년 행사에는 하루 유동 인구 16만명이 몰렸다. 희귀 카드 증정 이벤트 참가자가 몰리면서 경찰과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행사에서 배포된 '잉어킹 카드'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최대 30만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뚝섬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포켓몬 런 2026 인 서울'에는 약 500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5㎞ 또는 8㎞ 코스를 달리며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이벤트를 즐겼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불안감 속에서 과거 추억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다시 소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이 과거 애착을 가졌던 물품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SNS에선 빵을 사고 띠부씰을 모으는 것이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