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호주 시드니 서큘러키. 사람이 붐비는 선착장에서 인파는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매표소에서 유람선 티켓을 산 관광객은 선착장 오른편에, 교통카드(OPAL) 리더기에 지갑을 댄 시민은 선착장 왼편에 줄을 섰다. 오른편에 선 사람들은 '캡틴쿡' 쾌속선이나 유람선에 올랐고, 왼편에 선 사람들은 아이보리색 페리에 올랐다.
'타롱가 동물원'으로 향하는 페리가 출항하자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행객 입장에선 볼거리가 많았지만, 선내 분위기는 차분했다. 대부분의 승객은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며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페리는 15분 만에 목적지인 타롱가 동물원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왔으면 30~40분이 걸리는 곳이다. 시드니에서 페리는 일상용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강에서도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서울과 '닮은꼴' 런던… 지하철 파업 때 리버버스 이용객 6배 증가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한강버스 이용객은 6만2491명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11월(4만5952명)보다 1만6539명 늘어난 수치다.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누적 탑승객은 16만7426명이다. 지난 3월 운항을 재개한 이후에는 추가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글로벌 메가시티에서는 수상 교통이 이미 '대체 교통수단'을 넘어 일상 교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상 교통보다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고, 관광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기술 발전으로 탄소 저감 효과까지 기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이다.
런던시는 1999년 템스강에서 '리버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수변 개발을 목표로 한 '템스 20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맥락이 비슷하다. 사업 초기에는 선박 한 대, 단일 노선에 그쳐 관광 수요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동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런던시는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노선을 여섯 개로 확대하고 선박을 추가 도입했다. 통근용·관광용·소형 선박 등 목적에 맞게 선박을 확충했다. 이렇게 구축한 리버버스 서비스는 위기 상황 때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마포에서 열린 '한강버스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한 데이비드 파나이오투 런던 리버서비스 총괄은 "지하철 파업을 계기로 리버버스 이용객이 약 600% 증가했다"며 "대체 교통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금 먹는 하마' 비판 넘은 뉴욕 페리…2년 만에 목표 승객 돌파
뉴욕시는 2017년부터 허드슨강 일대에서 '뉴욕 페리(NYC Ferry)'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5개 노선, 25개 선착장을 기반으로 38척의 선박이 연간 약 740만명을 수송한다.
뉴욕의 수상 교통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체 교통수단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2011년 파일럿 운영을 거쳐 현재의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뉴욕 페리는 출범 2년 만에 초기 이용객 전망치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22년 이후 두 차례 요금 인상에도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시 5개 자치구의 수변 경제 개발 프로젝트를 촉진하는 효과도 냈다.
다만 페리 사업에 지출하는 공공 보조금을 두고 '과도한 비용 지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뉴욕시는 페리 서비스가 공공 교통 인프라 역할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욕 페리를 운영하는 혼블로워 그룹의 조나단 피게로아 수석부사장은 "민간 사업자가 단독으로 운영할 경우 인프라 유지가 어렵다"며 "공공 지원을 통해 합리적인 요금을 유지했고, 이는 이용객 확대와 교통 소외 지역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강버스 자리 잡으려면…'수익원 다변화'·'안전 대응' 과제
전문가들은 한강버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한강 폭은 약 1.2㎞로 뉴욕 허드슨강과 유사하고, 런던 템스강보다 넓다. 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울의 교통망 역시 수상 교통과의 연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추가 수요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통근 수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광객을 함께 끌어들여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게로아 수석부사장은 "코로나 이후 통근 패턴이 변화하면서 '대체 승객'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관광 수요와의 결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런던 역시 관광객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운영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안전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과제 중 하나다. 마크 힉먼 퀸즐랜드대 석좌교수는 "브리즈번처럼 조류가 강한 지역에서는 선착장 침수나 선박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사업 초기에는 다양한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피드백(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