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뉴스1

대한민국 행정수도를 지향하며 출범한 세종시가 재정 압박과 인구 정체라는 이중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업 기반이 부족해 지방세 수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가·공공시설 관리 비용은 매년 늘고 있고, 인구 유입마저 둔화하면서 도시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 일각에서는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교부세 1159억 받는데, 시설 관리에만 1285억 지출

17일 정부와 세종시에 따르면 정부는 세종시의 행정·재정 구조를 점검하기 위한 전담팀(TF) 구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 기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검토 중"이라며 "특히 세종시 측에서 재정 문제 논의를 요청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 구조입니다. 광역과 기초단체 기능에 필요한 재정을 모두 시가 부담해야 합니다. 여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국가 주도로 건설된 계획도시라는 특수성 때문에 관리해야 할 공공시설도 많죠.

하지만 재정 여건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세종시가 정부로부터 받은 보통교부세는 1159억원 수준입니다. 같은 단층제 구조인 제주특별자치도의 교부세 규모(1조8121억원)와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강원 원주시(약 36만명)가 받은 교부세 4786억원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이죠.

본예산에서 보통교부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습니다. 2025년 기준 세종시 교부세 비중은 8%로 전국 시·도 평균(21.7%)을 크게 밑돕니다. 주민 1인당 교부세액은 약 30만원으로 전국 평균(178만원)에 한참 못 미칩니다.

반면 지출 부담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국가로부터 이관받은 시설물 유지관리비로만 1285억원을 지출했습니다. 받은 교부세보다 시설 관리비가 더 많은 셈입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보통교부세 산정의 불합리성을 꼬집었고, 이 대통령은 "일리 있는 의견"이라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직접 조성한 시설을 관리하느라 시민을 위한 복지와 지역 개발에 쓸 돈이 마르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최 시장은 강조했습니다.

◇13년 만에 '인구 순유출 전환'… "기업과 산업 기반 강화해야"

인구 증가세도 꺾였습니다. 세종시는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한 뒤 정부 부처 이전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출범 당시 10만명이던 인구는 2021년 36만명을 넘어서는 등 10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습니다. 당초 2030년까지 인구 80만명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 시점은 2040년으로 미뤄진 상태입니다. 저출산과 교육 시기 전출 등의 영향으로 유입보다 유출이 많아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시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2025년 전입 인구는 5만4355명, 전출 인구는 5만4402명으로 47명이 더 빠져나갔습니다. 2012년 도시 출범 이후 이어지던 순유입 구조가 13년 만에 깨진 것입니다.

총인구도 감소세입니다. 세종시 인구는 지난해 11월 39만249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1월 기준 39만1477명까지 내려왔습니다. 특히 15~24세 청소년·청년층의 순유출이 나타나는 등 인구 구조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인프라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라는 점을 구조적 한계로 지적합니다. 공공기관과 행정시설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면서 기업과 산업 기반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종시는 인구 수용 능력은 높아졌지만 대규모 인구 유입을 이끌 경제적 유인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세종시 인구는 목표치인 80만명의 절반 수준인 40만명 안팎에서 증가세가 정체된 상태입니다. 김선함 KDI 부연구위원은 "생산성이 개선돼야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지역 성장이 국민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과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