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큰 이른바 '알짜' 공공기관이 특정 지역에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하면서 '행정통합 지역 우선 배정' 원칙을 세우자,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350곳의 이전 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입니다. 현재 행정통합 논의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광주광역시와 전남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2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10개 핵심 기관을 포함해 총 40개 기관의 이전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앞두고 유치 희망 기관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광주·전남이 핵심 기관으로 제시한 곳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공항공사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마사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환경공단 등입니다.
이 기관들은 최대 5000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갖춘 대형 공공기관으로 평가됩니다. 대규모 인구 유입은 소비 증가와 지역 상권 매출 확대, 서비스업 고용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유치 경쟁도 치열합니다.
광주·전남 외에도 전북, 경북, 부산, 경남 등 여러 지자체가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 등 주요 기관 유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행정통합 지역에 대한 우선 배정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행정)통합을 하는 곳에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배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통합지역에 (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을 "광역 통합하는 곳에 집중해 더 많이 보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유치의 선결 과제가 행정통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광주·전남은 지난 2월 24일 여당 주도로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어 1일 국회 본회의도 통과했습니다.
반면 대구·경북, 대전·충남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보류된 상태고, 부산·경남은 법안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통합 논의가 지연된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은 2월 25일 기자회견에서 "광주·전남이나 대구·경북 특별법이 먼저 통과돼 좋은 기관을 우선 요구하면 정부가 이를 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류됐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지역 의원들이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행정통합 대상이 아닌 특별자치시·도도 비슷한 입장이다. 강원·제주·전북·세종 등 4개 특별자치시·도는 지난 1월 공동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광역통합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센티브 지원으로 인해 특별자치시·도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지역 형평성 사이의 조율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