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종로구청장이 12월 1일 임시청사 구청장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정치 1번지', '서울의 심장'. 서울 종로구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이어지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건물 외벽에서 영상을 송출하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즐비한 세종대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보여준다.

그러나 세종대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오래된 상가와 주거지가 혼재한 노후 지역이 나타난다.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을 추진하면 '문화재 보호'라는 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최근 논란이 된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세운4구역 정비 계획은 건물을 무조건 높이 짓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역사 문화 경관의 녹지축을 조성하고, 종묘와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에 따르면 구내 연립주택과 빌라의 평균 건축 연령은 42년에 달한다. 종로구 내 건축물 10개 중 7개는 1980~1990년대에 지어진 노후 건물이라고 한다. 정 구청장은 "낙후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정든 고향을 떠난 주민이 적지 않다"며 "젊은 층 역시 이런 환경에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고도 제한을 풀고 노후한 집을 몇 개 합쳐 새로 짓는다면 주거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로구의 자연환경은 너무 좋다. 산자락과 궁벽이 있는 곳은 부촌으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일 종로구 임시청사인 '더케이트윈타워'에서 정 구청장을 만나 민선 8기 성과와 지역 이슈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12월 1일 임시청사 구청장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민선 8기 현재까지 성과를 평가한다면.

"3분기 기준으로 공약 이행률 89%를 달성했고, 63개 공약 사업 중 46개를 이미 완료했다. 이런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주민들이 얼마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특별한 기억은 어르신들과 함께한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이다."

―굿라이프 챌린지는 무엇인가.

"노인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행사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은 경제적 어려움만큼이나 외로움과 사회적 단절을 힘들어했다. 만남의 장이 열린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멋지게 단장하고 오셨다. 짝을 찾는 사람도, 친구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혹여 짝을 못 찾아도 '즐겁고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며 고마워하시더라. 정책의 진정한 성과는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표정과 삶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굿라이프를 추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2003년 정치판에 나와 20년 넘게 어르신들과 별별 얘기를 다 했다. 어르신들의 마음이 늙는 게 아니다. 마음은 젊은이들과 똑같다. 고령화는 우리가 마주한 숙제다. 앞으로 노인 인구는 계속 늘 것이다. 이분들이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노인 복지는 빈곤과 함께 고독의 문제를 같이 다뤄야 한다."

―진행은 잘되나. 해프닝도 많을 것 같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총 3회에 걸쳐 행사를 했다. 지난 10월 행사에선 7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서울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참여할 수 없냐'고 문의한다. '안 된다'고 답하니 상당히 아쉬워했다. 이런 이벤트가 전국 단위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레크레이션활동을 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현재까지 완료한 공약 과제 중 핵심 성과는.

"주차 문제 해소다. 630년 역사를 품은 구도심인 만큼 수많은 제약에 얽혀 주차장 하나를 짓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총 586면의 주차면을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 준공되는 신영동 공영 주차장은 골목 주차난 해소와 함께 주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한 생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종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불편함을 토로하는 주민도 많을 텐데.

"현재 종로구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주민'이 있다. 주민의 일상을 지키는 게 지상과제다. 지난 10년간 북촌 거주 인구가 26.2% 감소했다. 충격적인 수치다. 북촌의 옛 모습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경고로 받아들였다."

―북촌에 어떤 정책을 폈나.

"북촌을 '사람 사는 동네'로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전국 최초로 북촌을 '특별 관리 지역'으로 지정했다. 관광객 방문 시간과 전세버스 통행을 제한했다. 시행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고 제도를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혼란도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의 변화는 뚜렷하다. 끊이지 않던 소음과 혼잡, 민원이 크게 줄어들었고 주민과 관광객 간 갈등도 많이 완화됐다."

―집회 시위도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개인적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보완·개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반복되는 집회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학교와 주거 밀집 지역만큼은 보다 명확한 보호 기준과 제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봄 탄핵 관련 집회가 오래 진행되면서 안국역과 북촌 일대가 마비됐다. 지역 상권은 물론 아이들의 등하교와 주민들의 일상까지 위협받았다. 물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게 주민들의 '평온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주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구청장이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구민들에게 버스비 지원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종로 개발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문화재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가장 뼈아픈 게 '노후화'다. 종로는 서울 전체 문화유산의 상당 부분이 밀집된 지역이다 보니 도시 전반에 강한 규제가 중첩돼 있다. 주민들이 사는 집은 1980~90년대에 지어진 연립주택과 빌라 모습 그대로 멈춰 있다. 실제로 종로 건축물의 70%가 노후 건축물이고, 평균 건축 연령은 42년에 달한다. 주민들은 낡고 주차장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종로에 산다'는 자부심 대신 고통을 감내하거나, 결국 견디다 못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제가 직면한 가장 구체적이고 시급한 문제다."

―그동안 어떻게 대응해 왔나.

"불합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합리적인 도시 관리 방안을 검토했고, 서울시와 끊임없이 협의하며 제도 개선을 꾸준히 건의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구기·평창, 경복궁 주변의 고도 제한이 완화됐고, 자연경관지구 건축 규제도 일부 해소됐다. 제약이 풀리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현재 종로구는 '종로형 신속 정비 사업'을 통해 30개 구역, 총 1만9360가구 규모의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세운4구역 정비 계획은 무조건 높게 짓겠다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역사 문화 경관의 녹지축을 조성하고, 종묘와 조화를 이루는 도시 스카이라인을 구현하는 데 있다. 이는 종묘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단절된 도시 기능을 회복시키는 합리적인 대안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12월 1일 임시청사 구청장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시대와 현실은 급변했고 도심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하지만 규제는 여전히 과거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 보존의 방식에 있어 '높이'라는 단일한 물리적 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방식이다. 또 2004년 구역 지정 이후 20년 넘게 지체돼 온 만큼 그간 주민들이 겪은 고통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과 주민 재산권 보호는 어느 하나만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두 가치를 함께 조화시키는 것이 도시 계획의 본래 목적이다. '역사와 삶이 공존하는 도시 정비의 새로운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세검정·구파발터널(옛 은평새길) 조성 사업에 대한 입장은.

"특정 지역의 교통 편의를 위해 다른 지역 주민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행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종로가 단순히 외부 차량이 지나가는 '통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특히 평창동과 부암동은 서울의 중심부임에도 인근에 지하철이 전무하고 버스 노선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통 소외 지역이다. 현재도 자하문로는 정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교통 대책 없이 터널이 연결된다면 병목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교통 부담 최소화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앞으로 종로를 어떤 식으로 개발해 나가야 하나.

"종로는 역사와 품격,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살기 좋은 곳이다. 그럼에도 종로의 인구가 14만명 수준에 머무는 것은 살 수 있는 '집'이 낡고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거 환경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적정 인구인 20만명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개발을 통해 현대적 편리함을 갖춰야 한다. 일각에서는 난개발을 우려한다. 하지만 종로 구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믿는다. 문화재 보호와 각종 규제로 오랜 세월 희생해 왔지만, 누구보다 종로의 가치를 잘 아는 분들이다. '나의 자산 가치'와 '동네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난개발은 주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