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에서 3370만건의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집단소송을 내세운 네이버 카페가 잇따라 등장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에 전혀 다른 주제로 운영되던 카페가 간판만 바꿔 단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불안을 이용해 회원 수를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370만 개의 고객 계정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유출에는 이름·전화번호·배송지 등 신상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 사이에서 2차 피해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한 쿠팡 물류센터 앞에 쿠팡카(쿠팡 배송트럭)가 주차돼 있는 모습. /뉴스1

◇성형 카페가 쿠팡 소송 커뮤니티로

2일 오전 9시 기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전면에 내건 카페 중 회원 수가 1만명을 넘는 곳은 5곳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A카페는 회원이 13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A카페는 2007년 8월 개설된 뒤 지난달 30일까지 성형 수술 정보를 공유하던 곳이었다. 카페 회원 수는 이미 2010년 1월 2일에 10만명을 넘겼고, 이전 게시글 대부분도 성형·화장품·뷰티케어 관련 내용이다. 이 카페는 1일 오후 11시 2분에야 "쿠팡 집단소송 카페에서 집단소송 준비 중"이라는 새 공지를 올리며 카페명을 바꿨다.

쿠팡 해킹 관련 집단소송 카페 두 곳의 연혁. 지난 1일과 지난달 30일에 각각 이름을 변경했다. /네이버카페 캡쳐

회원 규모가 두 번째로 큰 B카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원 수가 10만 5000여 명인데, 2017년 처음 만들어질 때는 일본 유명 만화인 '유희왕'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였다. 이곳 역시 지난달 30일 카페명을 집단소송 관련 이름으로 변경했다. 지금까지 누적된 게시물 43만여 개 가운데 실제 집단소송 관련 글은 3만7000여 개에 그친다. 게시물 90% 이상이 유희왕 관련 내용이다.

회원 수 5만2000여 명의 C카페는 2006년 개설된 뒤 역사·키즈모델·사진사 구인구직·코스프레 구인구직·반찬 거래·스튜디오·자영업자·과외 구인구직 등 업종을 여러 차례 바꿔가며 운영된 이력이 있다. 회원 6만9000여 명의 D카페도 2017년 게임 관련 카페로 문을 열었다.

네이버카페에서 '쿠팡 해킹'이라고 검색하자 회원 규모 1만명 이상 카페가 5곳이 검색됐다. /네이버카페 캡쳐

이 카페들은 기존 게시글을 하나의 게시판에 모은 뒤 목록 최하단에 둬, 신규 회원이 과거 운영 내역을 쉽게 확인하지 못하도록 해뒀다.

문제는 이 카페들이 실제로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의지가 있는지다. 운영진은 하나같이 "로펌(법무법인)과 접촉 중" "집단소송 준비 중"이라는 원론적 설명만 내놓고 있다. 정작 어떤 법무법인(로펌)이 참여하는지, 구체적 절차는 무엇인지에 대한 안내는 없다.

B 카페 한 회원은 '운영진 국적만이라도 인증 부탁드린다'라는 제목의 글에 "제대로 된 인증과 (집단소송 관련) 시시비비를 표명해달라"고 적었다. 이에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카페 운영 목적은 '쿠팡 피해 구제' 단 하나이며, 진정성은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B카페 운영진이 남긴 공지문. /네이버카페 캡처

◇ '쿠팡 집단 소송' 마케팅 악용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기회로 삼아 카페 회원 수를 단기간에 늘리는 편법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싶어 카페에 가입할 때 규모가 큰 카페로 몰리는 점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네이버 카페는 활동 이력이 없어도 회원 가입 후 자동 탈퇴가 이뤄지지 않는다.

PR(홍보) 업계 관계자는 "인기를 끄는 키워드나 사회 주요 사건으로 카페 간판을 바꿔 회원 수를 끌어모으는 일은 흔하다"고 말했다.

회원 규모가 큰 카페는 거래된다. 배너 광고나 사업 홍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렇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는 회원 수 8만7000여 명 규모의 네이버 카페를 10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하길 원하면 법무법인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나 소셜미디어(SNS)에 가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카페에 회원 가입을 한다고 집단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집단소송 절차를 진행 중인 곳이 어딘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