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분수대를 찾은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9월에도 한여름같은 날씨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에서 ‘무더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9월 전국 폭염·열대야(밤 최저 기온 25도 이상) 일수는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사상 최초로 추석 연휴에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9월(1~19일) 전국 폭염 일수는 5.5일로 역대 1위다. 9월 폭염 2위는 2010년(1.3일), 3위는 1994년(1.2일)이다. 역대 2·3위와 비교해도 올해는 9월 폭염이 4배 넘게 발생했다. 올해 1~9월 전국 폭염 일수는 29.5일로 역대 3위다. 역대 1위는 2018년(31일), 2위는 1994년(29.6일)이다.

올해 9월은 전국 열대야 일수(3.7일)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전국에 9월 열대야가 하루 이상 발생한 적은 없었다. 9월 열대야 2위는 1992년(0.9일), 3위는 1990년(0.7일)이다. 올해 1~9월 전국 열대야 일수는 23.9일이다. 마찬가지로 역대 1위다. 2위는 1994년(16.8일), 3위는 2018년(16.6일)이다.

보통 9월에는 일부 남부 지역만 늦더위가 나타난다. 올해 9월은 전국적으로 더웠다. 서울은 사상 최초로 9월에 폭염 경보(10·18일)가 발령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도 추석 연휴에 폭염 경보나 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 경보는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일 때, 폭염 주의보는 기온 33도 이상이 이틀 넘게 지속될 때 발령된다.

서울과 제주 등은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은 사상 최초 추석 열대야, 1908년 이후 116년 만에 가장 늦은 열대야다. 제주는 누적 열대야 73일로 올해 5분의 1을 열대야를 겪는 셈이다. 제주의 누적 열대야 역대 2위는 2022년(56일)이다.

9월에 이례적인 더위가 찾아온 이유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기압계 때문이다. 그동안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중으로 대기를 감싸며 찬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티베트 고기압은 점차 세력이 약해져 한기(寒氣)가 내려올 전망이다. 남쪽에서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올라오며 차갑고 더운 공기가 만나 강한 비가 쏟아지겠다. 이는 정체 전선을 동반한 가을 장마 형태다.

비는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강하게 퍼붓겠다. 기상청은 “이날 시간당 20~30㎜ 소나기가 내리고 제주는 시간당 50㎜ 안팎의 비가 오겠다”며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집중적인 호우가 쏟아지겠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2시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최고 체감 온도는 33~37도다. 주요 지점별 최고 체감 온도는 경남 창원(37.1도), 전북 고창(36.4도), 전남 곡성(36.2도), 충남 보령(36.3도), 경북 청도(35.2도), 대구(35도), 서울과 제주 한림(34.8도), 충북 음성(34.4도), 강원 화천(33.6도) 등이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며 폭염 특보는 대부분 해제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