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안양천 신정교 인근 맨발황톳길에서 주민들이 걷고 있다. /구로구 제공

‘맨발 걷기’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자치구들도 ‘맨발길’ 만들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새로 만들어진 맨발길이 44개나 된다. 또 연말까지 18개가 더 만들어질 예정이다. 작년까지 50개 맨발길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올 연말이면 두 배가 넘는 112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는 “다른 구에는 맨발길이 많은데 우리 구에는 왜 이렇게 적으냐”는 주민들의 압력도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웰빙’ ‘힐링’ 욕구에 따라 지자체 행정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맨발길은 돌이나 뾰족한 물체를 없애고 황토나 마사토로 포장해 만든다. 맨발 걷기를 마친 뒤 발을 씻을 수 있는 상수도 시설도 함께 설치된다. 맨발길 1m를 만드는 데 평균 1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올해 안에 서울 맨발길 112곳으로 늘어날 전망

서울에서 가장 먼저 설치된 맨발황톳길은 2016년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근린공원에 60m 규모로 설치됐다. 강서구는 공원에 설치한 표지판에서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 ▲감각 수용체와 신체 지각력을 발달시킨다 ▲척추와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준다 ▲발과 하체의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 등의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조사한 결과 올해 8월 기준으로 설치돼 있는 맨발 길은 총 94곳이다. 조성된 맨발 길이 가장 긴 곳은 동대문구다. 장안동과 이문동의 중랑천 제방에는 총 900m에 달하는 황톳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밖에 3곳의 맨발길이 더 있어 총 연장은 2042m에 달한다. 양천구(1390m), 서대문구(1350m), 노원구(1310m)도 긴 맨발길을 조성해 뒀다. 서대문구는 안산에 길이 800m, 550m의 두 개의 맨발황톳길을 만들었다.

또 관악구에는 봉천동·신림동 공원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이 총 11곳 조성돼 있다. 맨발길은 동작구에는 9곳, 노원구에는 8곳 있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 조성될 예정인 맨발길도 18곳에 이른다. 현재 맨발황톳길이 없는 마포구는 2곳을 조성할 예정이고, 강북구는 조성 용역 중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서울 자치구들이 설치한 맨발길은 총 112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대문구 안산 황톳길 한달에 4만명 이용… “상처 감염 등에 유의해야”

지자체들이 맨발길 조성에 나서는 것은 주민 호응이 좋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서대문구가 안산에 조성한 황톳길은 작년 7월에 개장해 1년 1개월간 57만5910명이 이용했다. 1개월에 4만명쯤 황토를 밟는 셈이다.

자치구들은 주민들이 안전하게 맨발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세족 시설과 신발 보관함 등을 설치했다. 흙에 돌이나 날카로운 물체가 없도록 청소 인력도 투입되고, 비가 내리기 전에는 천막을 덮어두고 황토 유실을 방지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주 인력을 배치하는 곳도 있다.

강남 지역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다른 구에는 맨발길이 많은데 우리 구에는 왜 적은가’ ‘우리 동네 산책로를 황톳길로 바꿔달라’ 등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맨발길 조성 비용은 대략 1m에 100만원 정도다. 관악구 신림동 선우공원 맨발길은 100m 만드는 데 1억100만원, 구로구 천왕동 연지근린공원 맨발길은 460m를 만드는 데 5억원이 들었다.

한편 주민들은 맨발로 걸으면 운동화를 신었을 때보다 지압 효과로 혈류량이 늘어 건강에 긍정적이라며 지자체에 맨발 길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한다. 땅에 맨살을 대면 지구의 음전하가 몸 안으로 들어와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는 접지, 이른바 ‘어싱(Earthing)’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맨발 걷기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건강이 좋아지는 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발바닥에 상처가 있다면 세균이 신체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차의과대 함석찬 교수 연구팀은 2020년 허리 통증이 있는 노인에게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걷게 한 뒤 “통증 감소, 운동기능 향상, 수면 증진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