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진영 간 교류에 기여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민국일보를 거쳐 196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1972년까지 조선일보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이후에는 서울신문으로 옮겨 편집국장과 주필을 역임했다.
1979년에는 본격적인 정치 입문을 시작했다. 민주공화당 후보로 나서 서울 강서구에서 1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3대까지 4선을 역임했다. 1980년에는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해 정책위의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시기인 1993년부터 1994년까지는 노동부 장관을 맡았다.
노태우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민주화합추진위원회에서는 국민 통합 분과를 맡았다. 이 시기 폭동으로 정의됐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정리했다.
보수 정권에 몸담았음에도 진영 간 교류와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새마을훈장 근면장과 청조근정훈장도 받았다. 고인에게 붙은 별명은 ‘체제 내 리버럴’이다.
고인은 생전에 책을 사랑한 다독가로 유명했다. 고인의 대표 저서로는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2006),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2014)이 있다. 그의 저서 활동은 올해 1월 발간한 ‘내가 뭣을 안다고(잊혀간 정계와 사회문화의 이면서)’까지 이어졌다.
유족은 부인 변문규씨와 남화숙(미국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남영숙(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남관숙·남상숙 4녀, 사위 예종영(전 가톨릭대 교수)·김동석(KDI 국제정치대학원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이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5시2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