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흡입 매트 위를 12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다영 기자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5·6번 출구 방향 바닥에 가로 6.8m, 세로 3.8m 대형 금속 패널이 최근 설치됐다. 지름 1㎝ 쇠구슬이 금속 패널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지난 12일 오후 시청역에서 만난 박모(65)씨는 “자갈밭 밟는 소리가 절그럭 나는데 신기하다”고 했다. 또 경기 일산에서 온 박관우(83)씨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지나가는 길인데 금속 패널을 보고 뭐 때문에 설치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며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고 했다.

한 시민은 금속 패널에 주저앉아 쇠구슬을 손으로 눌러보기도 했다. 일부는 패널을 밟지 않고 옆으로 비켜갔다. 홍모(52)씨는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하철 승강장 강제 배기 시설. /서울교통공사

◇시민 신발에 묻은 미세 먼지 빨아들여

시청역에 설치된 금속 패널은 미세 먼지(PM10)를 빨아들이는 장치(흡입 매트)다. 지하철 미세 먼지는 역내 인파 이동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시민들이 산, 공원, 유원지를 다녀오며 옷이나 신발에 묻은 미세 먼지가 유입되는 게 대표적이다. 흡입 매트를 밟는 순간 미세 먼지가 빨려 들어가게 돼 있다.

이어 미세 먼지는 흡입 매트 근처에 있는 집진함(集塵函·먼지를 한곳에 모으는 함)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진공 청소기와 비슷한 방식이다. 집진함은 사람이 주기적으로 비운다.

서울교통공사는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지하철 곳곳에 흡입 매트를 설치하고 있다. 시청역 5·6번 출구 외에 2·3번 출구(가로 11.3m·세로 2.8m), 을지로 지하 보도 상가 방향(가로 8.3m·세로 3.8m)에도 미세 먼지 흡입 매트가 설치됐다. 매트 3개에 깔린 쇠구슬만 5만6000여 개다. 아직 매트를 설치하는 단계로 전기 공급 등을 거쳐 연내에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는 게 공사 설명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초미세 먼지 농도 5% 저감 효과

앞서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 2020~2021년 미세 먼지 흡입 매트를 설치한 결과,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5% 저감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공사는 근처에 산이 있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10여 곳에 올해 미세 먼지 흡입 매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하루 평균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공기 질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초미세 먼지 법적 관리 기준치는 1㎥당 50㎍이다. 공사는 현재 38.8㎍/㎥인 서울 지하철 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를 2026년 32㎍/㎥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3000억원을 투입한다.

미세 먼지는 전동차가 운행하며 선로에 있는 자갈끼리 부딪칠 때도 발생한다. 공사는 서울 지하철 자갈 선로(131.5㎞)도 콘크리트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로봇 등으로 공기 조화기와 송풍구 사이 먼지를 청소하고, 승강장에 강제 배기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