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1109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가 추진된다. 공중보행로 이용자 수가 당초 예측의 11% 수준에 그치는 데다가 지상으로 다니는 보행자도 줄었다.

서울시는 오는 23일 오후 4시 중구 구민회관 소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세운상가 일대는 2015년 12월 10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시는 2017년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해 9개 재생 사업을 추진해왔다. 청년 창업 지원과 도심 제조산업 인프라를 확충하는 세운메이커스 큐브 조성, 지역활성화 거점공간 조성 등이 재생 사업에 포함됐다. 그 중 하나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2016년 착공해 2022년 전 구간이 개통됐다.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에서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PJ호텔, 인현·진양상가 등 7개 상가의 3층을 잇는 다리로, 길이는 1㎞다. 서울시는 우선 삼풍상가와 PJ호텔 양측 약 250m 구간에 설치된 철골 구교 보행교 구간 철거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공중보행로가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계획 당시에는 3층 보행량이 하루 10만544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예측치의 11% 수준인 하루 1만1731건에 불과하다. 지상부 보행량은 설치 전 3만8697건에서 설치 후 2만3131건으로 41% 줄었다.

지상부와 공중보행로 보행량을 합쳐도 설치 전보다 9.9% 적다. 감사원은 지난 8월 “공중보행로가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일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에 철거를 추진하는 삼풍상가~PJ호텔 양측 철골구조 보행교 구간 보행량은 계획 당시 2만6360건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1757건(6.7%)에 불과하다. 또 보행교가 설치되자 하부에 햇빛이 들지 않고, 물이 새 시민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보행교를 받치는 기둥이 설치되면서 지상부 보도가 좁아져 보행 환경이 악화된 문제도 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등 기존 건물과 연결된 나머지 공중보행로 구간은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른 상가군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시의회 의견 청취와 관련 심의 등을 거친 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해당 구간의 철거 및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조남준 도시공간본부장은 “지역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조기에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