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민선 8기 2주년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현실을 ‘싸움의 기술’이라고 꼬집으며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라며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서는 이제 흠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며 “결과적으로 파이터들이 서로의 존재 덕에 각광받으며 정치를 하는 적대적 공생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오 시장은 특히 “과거 날치기는 큰 잘못으로 여겨졌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당사자도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했다”라며 “그러나 이제는 유죄판결을 받고도 태연히 선거에 나오고, 거짓이 탄로 나도 더욱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정당을 일극 체제로 바꾸고도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런 몰상식에 팬덤이 열광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현 세태를 ‘덕성(德性) 상실’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공론의 장은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 찼고, 편 가르기 언어는 너무나 보편화돼 상식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참모들이나 주변에서 ‘강성·사이다 발언’을 주문해 흔들릴 때가 있다.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시장은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니다”라며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