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숨지게 한 신모(29)씨. /뉴스1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마약에 취한 채 자신이 몰던 롤스로이스 차량으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29)씨가 불법 도박사이트 회원 모집 총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이후 마땅한 직업이 없었던 그가 고가(高價)의 수입차를 몰 수 있었던 배경을 추적하던 경찰 수사 결과다. 신씨가 속했던 도박사이트는 총 8600억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운용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일 금융범죄수사대·마약범죄수사대와 신씨의 자금 출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등 61명, 불법 리딩방 관계자 30명 등 총 9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2명은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캄보디아에 합 도박 사이트 충전·환전 사무실을 마련하고 약 8000명을 상대로 8600억원 상당의 도박자금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이용한 광고로 '유령 법인' 통장 모집책, 총판, 충전·환전 사무실 직원들을 모집하고 캄보디아 주택에서 합숙하며 국내 총판과 연계해 범행을 저질렀다. 주요 운영자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엄격한 내부 규율을 정해 강요하고 타 조직원 등을 집단 폭행하기도 하는 등 폭력 조직과 유사한 방법으로 조직을 관리했다. 수사기관에 검거돼 범행 사실을 진술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조직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구속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인 신씨를 체포한 뒤 자금 출처를 조사했고, 이번에 자금 출처가 불법 도박 사이트였다고 밝혀냈다. 신씨는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국내 총판 역할을 맡았다. 그는 지난 1월 법원에서 특가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은 신씨가 총판으로 있던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홍모(30)씨도 입건했다. 홍씨는 지난해 9월 마약에 취한 채 람보르기니 차량을 주차하다 다른 차량 주인과 시비가 붙자 흉기로 위협해 온라인에서 '람보르기니 남'으로 불렸다. 법원은 지난 4월 특수협박 및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홍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경찰은 신씨를 비롯한 총판 등 14명에게 도박공간개설 혐의를 적용했다. 추후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공범 2명을 더 검거해 총 16명에 대해 범죄집단조직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홍씨는 해당 사이트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파악되지 않아 도박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신씨와 친분이 있는 이들은 불법 리딩방을 운영해 이번에 적발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의 지인들은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고 해외선물투자를 대행해 준다며 투자자 101명으로부터 투자금과 수수료 21억원을 챙기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리딩방 운영 조직과 해외선물업체 대표 등 28명은 자본시장법위반(미인가 투자중개업) 혐의로 검거됐고, 돈을 받고 유심을 제공한 2명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다만 경찰은 신씨가 불법 리딩방 운영에 관여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식 투자 리딩방, 도박사이트는 실제 범죄 조직의 주요 수익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경제적 손실을 보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SNS 등을 통한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