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치원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뉴스1

해마다 유치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영어 유치원’은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영어 유치원은 지난 2019년 615곳이었는데 2020년 724곳, 2021년 718곳, 2022년 811곳, 2023년 842곳 등으로 늘어났다. 4년 만에 37%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반면 일반 유치원은 지난 2019년 8837곳에서 지난해 8441곳으로 4.48% 줄었다. 연 평균 100곳 정도가 문을 닫은 것이다. 유치원 감소는 저출산 영향이다. 지난해 기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0.72명이다.

영어 유치원의 정식 명칭은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이다.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곳인데 크게 ‘놀이식’과 ‘학습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학습식은 교실에 앉아서 영어 수업을 받는 방식이고, 놀이식은 활동적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익히는 방식이다.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 /조선비즈DB

영어 유치원 비용은 대학 등록금을 넘어선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내 영어 유치원의 월평균 교습비와 기타 경비는 지난해 12월 기준 121만원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1452만원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연간 기준 평균 등록금(679만5200원)의 배 이상이다. 일부 영어 유치원의 비용은 월 200만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이렇게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영어 유치원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40대 사업가 이모씨는 “자녀가 1명 밖에 없는 만큼 어릴 적부터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하고 싶어 영어유치원을 보냈다”며 “입학 당시 설명회부터 교습비까지 모두 선착순으로 인원을 선발해 진땀을 뺐다”고 했다. 대치동 영어유치원에 손녀를 보내고 있다는 70대 여성은 “원하는 영어 유치원 수강 인원이 다 차서 하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인근에 있는 다른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있다”며 “(원하는 영어 유치원에) 빈자리가 나면 다시 옮길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 유학을 하지 않고 순수 국내파로 영어를 잘하는 연예인들의 경험담이 영어 유치원에 대한 선호를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유명 걸그룹 아이브 구성원인 장원영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영어 발음 비결’에 대한 질문에 “영유(영어 유치원) 때문이 아닐까, 내 기억에는 (위치가) 대치동, 방배동이었다”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