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맷 찾용을 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 도로교통법에 따라 안전모 미착용 시 범칙금은 2만원이다. 면허 없이 운전할 경우 범칙금 10만원, 두 명 이상 탑승 시에는 범칙금 4만을 내야 한다. /뉴스1

한때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전동킥보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안전 문제가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꼽히지만, 이용 시 필수인 면허 인증 절차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허도 없는 청소년들이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사람을 치여 합의금을 물어주고 재판까지 가는 사례도 발생한다. 면허 인증 절차를 법제화하지 않을 경우 향후 도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는 안전 문제로 도심 내 전동킥보드를 퇴출했다.

◇'면허 필수' 전동킥보드, 무면허도 '씽'…"업체들, 청소년 사고 방치"

31일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 주차된 복수 업체의 전동킥보드를 대여해 본 결과, 모두 '운전면허'를 등록을 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이는 물론, 면허증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 인증을 위한 문자 인증만 거친 뒤 곧바로 탑승할 수 있는 것이다. 앳된 청소년들이 인도와 도로를 넘나들며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이유다.

한 전동킥보드 업체가 대여 과정에서 '운전면허가 등록되지 않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에 등록하기'를 누르자 곧바로 탑승 절차로 넘어갔다. /김양혁 기자

한 전동킥보드 업체는 대여 과정에서 '운전면허가 등록되지 않았다'고 안내했지만, '다음에 등록하기'를 누르자 곧바로 탑승 절차로 넘어갔다. 또 다른 업체의 경우 운전면허 여부 등록은 묻지 않고 곧바로 본인 인증 후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만 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 장치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운전할 수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지난 2021년 개정됐다. 애초 전동킥보드 이용 연령은 만 13세 이상으로, 당시는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었다. 현행법에 따라 면허 없이 운전할 경우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된다. 안전모 미착용 시 범칙금은 2만원, 두 명 이상 탑승 시에는 범칙금 4만을 내야 한다.

전동킥보드 무면허 적발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자동차와 비교하면 처벌 수위가 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형사 처벌 대상이며 사고 발생 시 재판까지 갈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전동킥보드 업체가 제공하는 보험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학생 아들이 전동킥보드로 사람을 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원모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형사 처벌 대상이다 보니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며 "아이가 잘못한 점은 인정하고, 다른 아이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업체에 면허 확인 절차를 강화해달라고 했더니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그는 아이의 사고 피해자와 합의금만 1000만원 이상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약 200건에 그쳤던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 교통사고는 5년 뒤 10배 이상 늘어난 2386건에 달했다. 이 중 20세 이하 청소년이 전체 연령대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으로 전동킥보드 면허 제한을 두고는 있지만, 무분별하게 늘어난 전동킥보드 등 PM을 단속할 만한 여력이 없자 정부가 손을 놓아 버린 것"이라며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뉴스1

◇거리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동킥보드…파리는 투표로 '퇴출'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전동킥보드 등 PM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도심 내 전동킥보드를 퇴출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 20개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동킥보드 대여 서비스 존폐 찬반 투표를 실시해 '폐지'를 결정했다. 안전사고 급증에 따른 안전대책 마련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투표 참여자 89%가 폐지를 택했다. 파리시는 유럽 도시 중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전면 금지한 유일한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일부 도심에서도 PM을 줄이는 규제에 착수한 상태다.

전동킥보드 사고. /연합뉴스

국내서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내 전동킥보드 퇴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숭실대, 용인대 등 수도권 다수 대학이 교내 전동킥보드 규제 지침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지방대학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교내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전동킥보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 28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9.8%가 공유 PM의 보도 통행으로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무단방치 해결책으로는 PM 견인제도 강화 응답이 가장 많은 60.6%로 나타났다. 또 공유 PM의 문제점으로는 이용자 인식 부족(60.0%), 무단 주차방치(58.2%), 무면허 이용자(55.2%) 등으로 조사됐다.